투표합시다

아주 가까운 지인이 이 영상을 보내왔다.

  • 제목: 5·18 광주 민주화 운동
  • 링크: https://youtu.be/qrDeILrDUos
    (유투브 공유용 프레임을 넣고 싶지 않아서 그냥 URL만 넣었음)

그리고 나의 생각을 물었다.
아래는 그 분께 했던 이야기.


이 논리는, 일본강점기 일본이 우리나라 독립군들에 관해 얘기했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앞뒤 배경은 다 짜르고, 그때 정황과 몇 가지 사실에 근거 없는 거짓 정보를 추가해서 얘기하는 거지. “사람들이 무기를 소지한 채 폭동을 일으켰고, 그 폭동에 선량한 사람들과 일본 지주들이 피해를 당하였다. 그래서 그 폭군들을 다 죽여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일본강점기 내내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주입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이 이야기에 속아서,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근데 우리나라의 비극은, 일본강점기가 끝나도 이런 주장을 펼쳤던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서 우리나라 최고위층에 자리 잡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까지도… 아ㅡ 언제 없어질까.

이 영상에 대한 내 생각은, 빈약한 논리로 사실을 굉장히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
빈약한 논리라는 것은, 절대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정황들을 몇몇 가지의 모습만으로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 (이 사람은 영상에서, 중립적인 시각에서 추상적인 근거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사태를 바라보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본인이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을 중간중간 섞어가면서 감정을 자극하고 있네.)
왜곡이라고 표현한 것은, 시작부터 어떠한 프레임에 가둬놓은 상태로 말을 풀어간다. 역사는 긴긴 시간을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사건을 부각해 버리면 오히려 진실이 가려져 버린다. (이런 방식으로 서술하면, 다윗이 폭군이 되기도 하고, 사울이나 아합이 선한 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없는 것을 지어내는 것만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다.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 거짓말은, 주로 공부 잘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이 써먹는데, 사람들이 훨씬 잘 속기 때문이지. 그래서 역사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평가할 수 있다고 하고, 훌륭한 위인들이 살아있을 때 존경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것도 그 이유인 듯. 아무튼, 이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대 안에서 발생한 일을 특정 프레임으로 얘기하는데, 정말 중요한 이야기. 예를 들면 바로 그 앞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앞의 이야기. 또 그 앞의 이야기… 이렇게 흘러가는 이야기로 봐야 하는 것을 특정 부분만 떼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왜곡”이라고 표현한 거다.
내가 유튜브 들어가서 이 사람 영상 이것저것 쭉 봐봤다. 다 비슷하더라 ㅡㅡ

그러면 내 생각은 다 맞고, 이 사람 말은 다 틀린 건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ㅎㅎ
내 생각엔 나의 가치와 신념이 들어가 있는 거고, 이 사람도 자기만의 가치와 신념이 있겠지.

지난번에도 그런 얘기 했던 것 같은데. 정치는 아주아주아주 복잡하면서도 거대해서, 어떤 주장이든 다 가능하다. 심지어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어서, 자꾸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쇄놰되기 싶지. 그래서 정말 열린 마음으로 성숙한 토론을 하지 않는 한, 정치 토론은 절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감정싸움으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 서로 정말 열린 마음으로 성숙한 토론을 할 마음이 없다면, 아예 정치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난 정치 얘기는 자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생각이 모여야 조금이라도 덜 왜곡되고 덜 편향된 시야를 가질 수 있어서. 단, 내 생각이 틀릴 수 있고 내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성숙한 토론을 한다는 전제하에.

근데, 여기서 얘기가 잘 될 것 같지는 않고ㅎㅎ 카톡으로 무슨 대화가 되겠노.
그냥. 그런 거 좀 그만 보기를 권한다 ㅎㅎ
이런 얘기의 핵심을 알고 싶으면, 차라리 그 반대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많은 학자가, 뭔가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가장 극심한 딜레마의 현장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두 가지 명제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지점이야말로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거지.
상반된 두 이야기가 만나 생기는 갈등.
선입견을 빼고 두 입장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마음으로 그 갈등을 만났을 때, 거기서 민낯을 볼 수 있고, 비로소 진실을 대할 수 있다. 그래서,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접하고, 그 갈등 속에서 내가 설 지점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다 다를 수 있겠지. 그래서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투표를 통해 입장을 정하는 거라 생각한다. 비교적 많은 사람이 지지하고 있는 방식대로 나라가 운영되게 하는 거지. 상반된 이야기들이 건전하게 오가면서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성숙한 토론을 많이 하는 문화 속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거고, 그러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나라가 되어가겠지. 그래서 4.15일 날 선거 잘하자! ㅎ

그런 의미에서, 친구가 이 영상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 친구한테 내 글 보여줘도 된다 ㅎ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건 좋은 거니까 ^^

또 얘기 나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