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양치질하기

며칠 전, 오른쪽 손목 통증이 심해져서 정형외가에 갔다.
이렇게 미련하게 살았다니… 손목 인대가 끊어져 있단다 ㅡ,.ㅡ;;
예~전에 병원에 갔었을 때는 손목뼈 사이가 좀 벌어져 있어서, 양쪽에 나사를 박아서 손목을 조여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얘길 하길래, 그냥 무시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번에 간 병원에서는, 인대가 끊어져 있어서 인대가 뼈를 잡아주지 못하니 뼈 위치가 자꾸 바뀌는 거라고 얘기한다.
거의 10년을 이렇게 살았다.

수술을 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이미 만성이 되어서 당장 큰 효과는 없겠지만. 일단 주사 치료하면서, 인대가 조금씩 회복되길 기대해보잔다.ㅋ 더 나빠지면, 손목 사이 뼈들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네 ㅋㅋ

난 강철 몸이라 생각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도 않고, 아파도 계속 운동하고 그렇게 살았더니. 벌써 몸을 다 써버렸다. 나를 드러내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못 버려서, 몸을 이렇게 망가뜨리며 살았었다.
알았으니, 이제 그렇게 살지 말자.

대부분은 오른쪽 손목에 통증이 없는데, 특정 각도에서 힘을 받으면 시큰거리면서 아프다. 바닥에 손을 짚는 동작만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동작은 괜찮다. 손목의 스냅을 써야 하는 배드민턴 같은 것도 괜찮음. 최근 중국⇒한국 이사하면서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상태가 좀 더 나빠진 것 같다.

왼손을 오른손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보니까 손목을 아주 정교하게 쓰는 일이 양치질이더라. 양치질을 왼손으로 편안하게 할 수 있으면 되겠네 ㅎㅎ 그래서 그날부터 왼손으로 양치질하기를 시도했다. (베드민턴까지 왼손으로 칠 수 있을까? ㅋㅋㅋ)
양치질 할때마다 아주 집중해서 양치질을 더 잘하기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 ㅋ

첨엔, 정말, 이게 내 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
왜 내 손이 내 맘대로 안 움직이지? ㅡㅡ

이빨의 결(?)을 따라서 칫솔이 지나가야 하는데, 그 각도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더라. 그리고 양치질을 하면서도 호흡을 해야 할 텐데, 치솔이 약간 틀려 있는 찰나의 순간 약간 입술을 좀 더 벌려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더라. 이 자세와 타이밍 맞추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ㅡㅡ 결국 입에 머금고 있던 치약을 옷에 쏟아버렸음 ㅋㅋ

그래도 처음으로 왼손 양치질을 끝까지 해냈고, 다음 날 아침에도 왼손으로 ㅎㅎ 몇번 해보니, 중간중간 혀를 사용하면 왼손이 칫솔질 방향을 잡아갈 때 좀 더 수월하다 것을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의 손목이 얼마나 기묘막측하게 움직이는지 새삼 깨닫게 됨 ㅎㅎ

가족들에게 손목 인대가 끊어져 있더라고 얘기하니까 다들 소스라치게 놀란다. 난, 오히려, 원인을 알아서 맘이 편해졌다. 그전엔 병원에서 알 수 없는 말만 했었는데. 잘 관리하면 되겠지.

《사피엔스》에서 “행복”에 대해 다루는 파트가 있는데. 몸이 불구가 되거나, 건강이 안 좋으면 불행할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계속 나빠지는 상태”가 불행하게 만들지, 일상이 되어버리면 그게 행복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나를 봐도 그런 것 같다. 무릎이 상한 것을 일상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그게 나에게 더이상 영향을 주지 않게 되었다. (그걸 내 삶으로 받아들이기까지 7~8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 후부터는 아무 영향 없음)
손목도, 이미 10년 가까이 이렇게 살았다. 그냥 이 자체가 내 몸이고 일상이다. 오히려 속 시원한 얘기를 들어서 맘이 편해졌다.
더 나빠지지 않게만 조심하자.

“왼손을 자주 사용하면 우뇌가 더 발달하게 되겠네요?”
누군가 이런 얘길 한다 ㅎㅎ
요 바로 앞에 쓴 글의 맥락으로, 나의 손목 통증이 우뇌의 발달을 촉진하는 기회가 되는걸까?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