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시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여기저기 ChatGPT 이야기다. 나도 하나 보태보자 ㅋ

요 며칠간 똑같은 질문을 두 번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ChatGPT 이야기가 뜨겁다.
나도 요 한 달간 그냥 재미삼아 일하면서 활용해봤는데, 똑똑한 신입사원을 데리고 일하는 느낌이었다. 아는 건 많은데 생각이 없는 어리버리한 신입사원. 딱 그 느낌으로 데리고 일하니까 꽤 유용하더라. 에잇! 답답한 녀석. 대화하다가 욱해서 “No, No”라고 말한 적도 몇 번 있다 ㅋ 똑똑하지만 잘 지도해줘야 하는 부사수/팀원 정도로 보면 된다.

개발 과정에서 ChatGPT의 도움을 받기는 비교적 쉽다.
TDD 싸이클로 얘기하자면, Red - Green - Refactor 싸이클에서 Green 단계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겠더라. 작고 명확하게 함수를 쪼개고, 그걸 얘기하면 코드를 뱉어낸다. 심지어 함수명만 써줘도 꽤 만족하는 코드를 준다. 그걸 테스트하고 리팩토링 하는 건 내 몫이다.(아! 테스트코드도 써달라고 해봐야겠다 ㅋ 왜 그걸 안 시켰봤지? ㅎㅎ) 어차피 코드 리뷰/리팩토링은 협업하면서 일상처럼 하던 거, ChatGPT도 그냥 똑똑하면서도 어리숙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코드 리뷰를 거치고 내가 판단해서 수용하면 된다. 코드리뷰어 역할로, 릴리즈매니저 역할로, 아키텍트 역할로, 팀장의 역할로, 이 녀석의 결과물을 하나의 제품에 포함시켜 녹여내는 건 여전히 나의 역할이다. 이 방식으로 개발 속도가 꽤 빨라졌다.

오늘 유료결제를 했다. 내가 이 녀석의 매니저/팀장이라고 포지션을 정하고 각 잡고 제대로 사용해 볼 생각이다. 개발팀 매니징은 꽤 다양하게 해봤고(대기업, 스타트업, 한국인, 중국인, 각종 커뮤니티, 등), 이제 사람이 아닌 녀석을 매니징 해 볼 차례. 이렇게 일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팀원 5명쯤 데리고 일하는 매니저의 모습일까? 진짜 혼자서 회사를 경영하는 모습까지도 가능할까?

“아이브에서 누가 제일 예뻐?” 같은 농담 따먹기 대상으로 ChatGPT를 사용한다면, 그냥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정도. 제일 멍청하게 사용하는 게 숙제 같은 거 맡기는 거. 내가 할 일을 떠넘겨버리고 나는 노는 거다. 그럼 나는 뭘 해야 하나? 내가 할 일을 이 녀석에게 맡겨놓고 여행 다니고 놀면 되나? 아니지, 다른 걸 해야지.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서. 이런 세상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난, 내가 하는 일이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ChatGPT를 시작으로 몰아칠 변화가 꽤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건 말 그대로 “변화”다. “진보/발전”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갈 뿐이다. 즉 세상이 유토피아가 되진 않을 거라는 얘기. 그 말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든 세상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을 테고,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할 일은 여전히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살아간다면 네가 할 일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거야”

내가 누구인지,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여기서 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고민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면, 할 일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변화를 눈여겨보고 잘 활용할 수 있다면, 10명에게 갈 영향력이 100명, 1000명, 10000명에게까지 미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