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채권투자 핵심 노하우

지난달, 《채권투자 핵심 노하우》 책의 저자이신 「GB투자자문」 마경환 대표님께서 이 책을 선물해 주셨다. 지금까지 주식, 채권, 부동산, 투자,, 이런 거엔 관심을 1도 두지 않고 살았었는데 (‘투자’에 대한 나의 지식은 고등학생 조카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다. ;;) 책을 선물로 받았으니 읽어보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난이도를 떠나서, 다 내가 관심이 있는 주제에 관한 책이었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꾸역꾸역 끝까지 읽어갈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채권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채권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생소한 용어들이 있었지만, 계속 반복해서 다각도로 설명을 해 주니 읽어나가면서 점점 이해가 되어갔다.

어려운 개념들을 다 설명하기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 위주로 핵심이 잘 설명이 되어 있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제 논리에서 채권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뽑아내어 그것의 변화에 채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한다. 굉장히 실용적인 설명이다. 몇 가지 주요 개념이 잘 잡혀 있으면, 대부분은 그것에서 파생되는 현상이고, 그 현상은 주요 변수에 덧셈/뺄셈을 적용하면 해석이 되더라. 너무 복잡해 보여서 그동안 관심 딱 끄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영역인데, 복잡도를 걷어내고 핵심 노하우 위주의 설명을 보다 보니, 이 영역도 좀 가까이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이 책은 각 챕터의 소제목이 핵심 내용을 담고 있어서,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목차가 그냥 핵심요약 정리본이다. 목차만 훑어봐도 채권 투자에서 유의해야 할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채권 투자 해볼 만한데?”
그 말을 듣고, 아내가 “와~ 책을 정말 잘 쓰신 거네” 라고 얘기한다. ㅎㅎ
투자에 대해 초딩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던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웃겼나 보다.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바로 컴퓨터를 열어 채권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ㅎㅎ 아ㅡ 이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네
어디서 뭘 봐야 하는 거지? 현실의 벽 ;; ㅋㅋ

책을 완독하는데 만족하고 다음 행동을 취해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채권을 쉽게 생각했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채권 시장을 바라볼때 필요한 몇가지 핵심 관점과 노하우를 설명했다면, 이젠 그것을 실전으로 가져와야 한다. 실전은 교과서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저자는 유튜브 「마경환의 생각하는 투자」 채널에서 매주 채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서 설명한 관점을 현재 시점으로 가져와서 ‘지금’ 움직이고 있는 채권 시장을 분석해준다. 예전에도 마경환 대표님의 유튜브 채널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어제 올라온 영상을 보니, 책 내용이 지금 상황에 맞게 해석이 되면서 재미가 있었다. (이런 영상에 ‘재미’를 느끼다니…!)

역시나, 오늘 본 유튜브의 주제는 지난 주말 일어났던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와 그것이 채권 투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였다. 연준(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과도한 금리 인상과 그것이 유발한 경기침체. 그 여파로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하게 되었다는 연결고리를 설명해 주셨다. 이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던 과거 선례도 이야기하며, 책에서 설명한 패턴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 주었다.

책 내용과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흥미롭게 느껴졌던 점이 있었다. 책에서도 그렇고 유튜브 영상에서도 그렇고, 2007~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계속해서 언급되더라. 내가 기억하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사실 ‘리먼 브라더스’라는 이름도 기억 못 하고 있었다ㅋ), 2008년 미국 여행을 갔었는데 환율이 너무 높아서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사회 초년생이던 그때, 그때의 경기침체가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았었고 당연히 내 기억에서는 희미해졌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미 15년이 지난 그때의 일을 지금도 계속 곱씹으며 의미를 찾아내고, 새로운 패턴을 발견해서 미래를 대비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오늘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하며 과거의 사건을 이제야 냉정하게 돌아보고 있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 얘기를 듣는데, 이 책에서 주구장창 다루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미 15년이나 지난 이야기인데, 그냥 ‘아~ 그때 참 어려운 시절이었지. 우리 잘 버텨냈네’ 정도의 추억으로 묻어둘 수도 있을 텐데. 계속해서 곱씹으며 중요한 패턴/원칙들을 뽑아내고 있다. 이젠 거의 교과서 수준이다.
어떤 사건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 시간이 지나고 난 후다. 시간이 훌쩍 지나고 그것을 회고할 때야 비로소 거기에 의미가 부여된다. 아무리 좋은 경험을 했더라도 돌아보고 곱씹어보지 않으면 한때의 추억으로만 머물러 있을 테고, 쓰라리고 아픈 경험이라 할지라도 돌아보고 곱씹어보는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메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했을 때 그것은 살아있는 경험이 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래서 한번도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채권. 좀 더 알아보고 싶어진다.
책에 설명되어 있던 채권에 영향을 주는 지표들이, 하나하나 변수처럼 보였다.
그러면 그것도 프로그래밍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복잡해 보이는 현실에 적당한 프레임을 적용해 잡음을 제거하면(추상화 과정)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변수와 패턴이 보인다. 발견한 그것을 코드로 구현해 내는 게 프로그래밍이다. 내가 이 책에서 본 것은, 복잡한 투자 시장을 움직이는 패턴과 변수다.
그러면 그것도 프로그래밍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래밍의 방식으로 채권 시장을 더 이해해보고 싶어졌다.

이전 글에서 “2년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필요한 시간. 2년.
또 한 번, 나의 “2년룰"을 증명해보고 싶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