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AI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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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관리, 변화/혁신, 리더십, 의사결정/우선순위, IT 프로젝트 등의 일반적인 이론에 AI를 끼워 넣은 느낌이다. 발간된 지 열흘도 안 됐네. 근데 일 년 전 AI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세상은 변했고 AI는 더 똑똑해졌다.

기존 IT와 AI를 비교했을 때 한 가지 차이점은 정교한 로직이 있어야 할 자리에 느슨한 언어모델이 들어왔다는 거다. 과거의 IT 시스템은 많은 케이스를 정의하고 그것을 코드로 구현해 정교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거였다면, AI는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는 언어모델에 도구를 쥐어준거다. 느슨하고 자유도가 높다. 모델 버전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인간의 사고에 더 가까워지고 도구도 강력해진다. AI와 인간의 경계를 긋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런 구분은 버리고 AI를 사람처럼 대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ChatGPT 초기 버전인 GPT-3.5는 멍청한 신입사원이었다면, 지금은 하버드를 졸업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은 숙련된 파트너로 성장한 느낌. 그때그때 맞춰 적응해 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

이 책에서는 AI를 복잡한 판단을 척척 내리는 권위자처럼 묘사하면서, 덜렁대는 어린아이처럼 말하기도 한다. 다 틀렸다.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중간 어디쯤에 나만의 길을 내야 한다. 양극단에 관한 많은 사례를 들었지만, 아무리 많은 사례를 들어도 도움은 안 된다. 그 많은 것 중 나에게 맞는 케이스는 하나도 없다. 나만의 감을 익혀가야 하는데, 그걸 위해선 다양한 사례를 접하기보다 당장 내 업무에 적용해 보면 될 일이다. 새로운 동료가 왔다고 생각하고 호흡을 맞춰가면 된다. 아직 그의 능력은 모른다. 작은 일을 하나씩같이 해보며 그의 역량도 알아보고 협업하는 호흡도 맞춰가야 한다. 이 하나의 메시지를 빙빙 꼬아서 길게 말한다. 그러다 보니 어색한 설명도 많다. 기존의 조직 관리, 변화/혁신, 의사결정 및 우선순위, IT 프로젝트 등의 일반적인 이론에 끼워맞추는데, AI는 여기에 끼워들어가지 않는다.

과업과 직무를 세분화하여 AI가 주도할 수 있는 부분과 인간의 고유한 판단이 개입해야 할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조직 설계법은 만드는 순간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이 나온 그 순간 과거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세상도 바뀌고 조직도 바뀌고 AI도 바뀌는데,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초반에는 ChatGPT 잘 써야 한다는 얘기를 장황하게 하다가 갑자기 AI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AI CEO)를 말한다. 그리고 Agent를 마법처럼 얘기한다. 여기서 동의하는 부분은 ChatGPT 잘 쓰는 얘기 정도인데, 이건 너무 쉽다. 이렇게 길게 설명할 내용이 아니다. 당장 ChatGPT 열어서 아무 말이나 써보면 될 일이다. AI CEO나 Agent 마법사는, 실제로 그렇게 똑똑하게 잘 돌아가지 않는다. 조직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Agentic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꽤 탄탄한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그 얘기는 쏙 빠져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래서 하네스 애기가 나오고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전방 배치 엔지니어) 얘기가 나오는 건데.

기능 소개나 생산성 향상 팁이 아니라 실제 기업들이 왜 AI 전환에 실패/성공하는지를 조직 관점에서 풀어내려고 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저자가 직접 씨름하고 뒹구는 경험은 안 해본 것 같다. 누군가에게 건네들은 이야기거나 컨설팅(조언)으로 그친 경험만 있는 것 같다.

두려워하는 리더들에게 뭐라도 해보라는 메시지를 주기엔 적절하지만, 그 하나의 메시지를 위해서라면. 흠, 너무 길다. 팀, 관리자, 조직의 역할이 어떻게 바뀔지 과거의 잣대로 가늠해 보는 것은 큰 의미 없다. 탁상공론 같다. 당장 뭐라도 해보면서 나만의 길을 내어가는 게 그나마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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