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과 아프리카
이번 몽골 여행은 이상했다.
자연스럽지 않았다.
가장 자연스러운 곳에 가서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난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프리카와의 첫사랑은 생각보다 깊었다.
지난 15년간 아프리카 얘기를 얼마나 쏟아냈었나? 삶의 많은 부분을 아프리카와 연결했고, 첫사랑의 연민을 계속 키워왔다. 나에게 젬베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다. 첫사랑의 징표였다. 젬베를 두드리며 첫사랑을 소환했고 거실 한켠에 세워진 젬베를 보며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2주 전 아프리카와 닮은 나라, 몽골을 찾았다.
몽골에서 아프리카의 향기를 맡으려 했다. 몽골의 자연이 아프리카처럼 보였다. 첸케르 마을 사람들에게 세네갈 생루이스의 친구들을 대입시켰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예전 그녀의 껍데기를 씌워 대리 만족을 얻으려 했다. 몽골을 몽골로 대하지 않았다.
몽골을 처음 만났을 때, 거기서 풍겨오는 아프리카 느낌 때문에 더 끌렸던 것 같다. 마치 첫사랑을 못 잊어 과거의 여인을 찾아 헤매는 찌질한 사내처럼. 머릿속으론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몽골을 대했다. 좋지, 당연히 설레지. 아프리카가 내게 어떤 존재인데. 몽골에서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근데, 그런 만남이 깊어질 리 없다.
여행 중반, 나의 이런 모습을 발견했다. 그땐 이런 인식까진 없었다. 아프리카 생각, 아프리카 얘기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한다고 느꼈고, 억지로 아프리카를 지우려 했다. 난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했는데, 그녀를 보면 자꾸 첫사랑이 생각나는데. 억지로 그걸 감추려 했다. 다른 사랑을 시작하려면 먼저 첫사랑을 정리해야 했다. 그게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에 대한 예의다.
부자연스러웠다.
정확한 인식이 치료의 절반일 것이다. 첫사랑의 추억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건 추억으로 존재할 때 아름다운 거지, 모든 것을 그 첫사랑의 그늘아래 두려고 하면 안 된다.
자연스러워지자.
나의 첫사랑 아프리카. 소중했던 추억. 그건 그대로 잘 간직해 두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자. 이제 제대로 몽골을 바라봐보자.
몽골은 지금이라도 나를 받아줄 것 같다.
수백 년 전에도 이 모습이었을 테니까. 내가 좀 돌아왔어도, 여전히 그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겠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자. 몽골과의 사랑을 다시 시작해보자. 이제서야.
몽골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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