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 1. 시작은 가볍게
이런 여행은 더 이상 못 할 줄 알았다.
오늘 이 배낭을 15년 만에 다시 멨다.
짐
배낭에 짐을 넣는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이게 필요할까? 아마 필요할 거야. 꼭 있어야 할까? 있으면 좋겠지. 근데, 굳이? …’
여행 때마다 줄이고 줄여서 꼭 필요한 것만 챙겼었다. 하지만 매번 과했다.
우린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싶어 한다. 쓸 것보다 더 원한다. 꽉꽉 집어넣은 배낭엔 빈 공간이 없다. 있는 물건을 꺼내기도 어렵다. 거추장스러움에 배낭만 무거워진다. 크기는 정해져 있다. 필요도 정해져 있다. 배낭이 허락하는 만큼만 넣자. 어차피 다 필요한 거 아니잖아. 오히려 비워두자.
모르는 것을 기대하기
새벽 1시 37분.
비행기가 움직인다. 이번에도 계획대로 안 되는 걸 경험하러 간다. 무엇인지 모를 그것이 하고 싶다. 애쓰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보자. 자연과 하나가 되어 상황에 녹아들자. 온전히 ‘나’로 있어 보자.
어딜 가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로 인해 여행이 풍성해진다. 나의 계획과 준비로는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으로 채워간다. 매번 그랬다. 그렇다면 이건 공식이다. 이번에도 빈공간을 만들어 둔다. 꽉 채우지 말고,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두자.
진짜 도파민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 게르 2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첫날 숙소다.
내 안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늘, 구름,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위를 거니는 말 무리, 그 안에 들어와 있는 나.
자연이 우리를 자극한다. 우리는 거기에 반응한다. 자연 안에서 우리도 자연이 된다.
자연의 자극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기. 진짜 도파민이다.
수천 년 동안 같은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유목민. 이들이야말로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집을 해체하고 모든 소유를 가지고 이동한다. 눈 덮인 곳에서도 풀을 먹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낸다.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오히려 꼼짝도 안 한다.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 아무런 반응도 없다. 지독하게 정적이다. 그래서 억지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첫날 한 일
- 몽골 도착 후 바로 미니 사막(엘승 타사르하이)으로
- 사막 언덕에서 모래 썰매 타기
- 낙타 체험
- 게르 짓기 체험
- 게르 주인과 함께 저녁 먹음
- 초원에 누워서 한참 동안 별 보기
몽골 관광은 1일 차에 끝.
카라코룸
다음날, 첸케르Tsenkher로 가는 길에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에 들렀다.
몽골 제국 칸의 궁궐도 게르였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큰 땅을 차지한 제국의 칸이 머문 곳도 천막이었다니. 이들은 무덤도 없다. 죽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제국을 이루고도 유목민이고, 죽어서도 유목민이었다.
세상의 변두리에 있던 유목민이, 역사에서 단 한 번 중심에 섰다. 정주민을 제치고 가장 거대한 제국을 세웠다. 그러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쩌면 하나님은 가장 강력했던 제국의 이야기로 이 유목민의 방식이 맞다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 그래서 그걸 역사에 남겨두신 게 아닐까.
첸케르에서의 예배
둘째 날은 첸케르 온천에서 묶었다.
몽골어로 첸케르는 ‘푸른’이라는 뜻이다. 푸른 온천.
푸른 초원과 침엽수림이 함께 어우러진 보기 드문 풍경에 온천수까지 넘쳐흐른다.
우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와 산기슭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예배를 드렸다.
주를 찬양하며 나 이제 고백하는 말 주를 사랑합니다.
나의 모든 것 되신 주님께.
손을 높이 들고 나 이제 고백하는 말 주를 사랑합니다.
오 거룩하신 주의 이름 거룩하신 주의 이름 주의 이름 높이 올리세
작년 몽골에 왔을 때부터 부르고 싶었던 노래다. 이 찬양을 하며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고백을 몽골에 다시 와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산등성을 보며 해보고 싶었다. 왜 이토록 이 찬양이 하고 싶었을까? 왜 이토록 이 노래가 부르고 싶었을까?
현실의 문제는 나를 짓누른다. 결코 작지 않다. 숨이 막히도록 나를 압박할 만큼 크다. 하지만, 하나님은 압도적이다. 아무리 그 문제가 크다 해도, 하나님의 크기는 온 우주를 덮고도 남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무슨 행위나 업적이 필요할까. “주를 사랑합니다” 이 고백만으로도 충분하다.
두 번째 날도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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