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변화하기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또다시 자주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다. 그 말도 안 되는 혁명에 진입(?)하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알 수 없는 세계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최근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십수 년째 매일 코드를 짜오고 있는 개발자의 입장으로 재해석해보면,

  1. IT가 산업의 전반적인 영역으로 확대된 것
  2. 늘 있었던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빨라진 것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즉,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리고 단번에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방식의 연장선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고민하는 삶의 자세를 갖는 것이 시작이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고, 거기서부터 매일 조금씩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도는 요즘, 또 날아 가버릴 유행어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다시 한번 나의 삶의 방식을 점검해본다.

나에게 있어서 IT는 세상을 보는 하나의 창문이다. IT라는 창문을 통해 이 세상을 바라볼 때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의 변화를 IT가 이끌고 있고, 그 방식을 다른 영역이 따라오고 있구나.’ 2005년에 발행된 책인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 10가지 동력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이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이후 종종 이런 관점으로 세상의 변화를 혼자서 예상해보기도 한다. ‘지금 IT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다면, 이 세상의 다음 step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으로, 지금 내가 매일 일하면서 만나고 있는 IT 세상을 통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매일 나의 방식을 버리기

일하면서

매일 퇴근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오늘 내가 내린 그 결정이 가장 좋은 결정이었을까? 더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오늘 짠 코드를 머릿속으로 다시 돌려보며 ‘과연 그게 최선이었을까?‘라고 생각하며 내 판단을 의심한다. 그리고 혹 더 나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언제나 더 좋은 방법이 존재한다는 신념에서이다.

대부분의 일은 가정으로 시작된다.
“이런 것을 만들면 이렇게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버전을 출시Release 하는 순간, 그 가정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은 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가정이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 세운 가정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첫 번째 출시를 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했을 테고, 그 과정에서 처음 세운 가정에 세뇌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첫 번째 버전이 출시되는 순간, 갑자기 해야 할 작업은 쌓여간다. 쌓여있는 작업을 가장 빨리 처리하는 방법은, 처음의 방향을 유지한 채 쭉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비스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가 아니라 퇴보하게 되고, 점점 그 서비스는 사라져간다.

살면서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어떤 것이든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나의 가정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닫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방향을 수정해가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오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했을 테니까… 본전 생각에,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버리긴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지금까지 살아왔던 관성으로 살게 되고, 점점 내가 진짜 살고 싶었던 삶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지금까지는 이런 식의 방식이 맞는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가정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어떤지를 알기 위해 긴 시간 학교에서 공부를 해왔고, 많은 사람이 연구해놓은 결과들을 학습했다. 그렇게 책에서 배운 것이 대부분은 유용했다. 그래서 이 세상도 많이 배운 사람을 요구했다. 많이 배운 사람은 자신이 그동안 책에서 배운 지식을 세상에 나와 써먹을 수 있었다. 많이 배운 것은 곧 재산이고 힘이고 권력이었다.

지금의 세상은 배운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과거 십수 년 동안 세상을 관찰하며 정돈했던 이론이 앞으로도 적용될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변하는 세상을 통해서 매일매일 배워야 한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학습하고 생각을 바꾸고 또 시도하고 이것을 반복해야 한다. 세상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을 찾고, 그렇게 조금씩 움직여 가는 것. 그것이 중요한 자세다.

나의 첫 번째 변화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첫 번째 변화는, 대학 때 공부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야였던 “이랜드 시스템스"에 입사한 것이었다. 대학 시절 나는 전자통신분야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있었고, 당연히 대학 이후의 진로도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돌리다가, 기업 내 전산 솔루션을 운영하는 회사인 “이랜드 시스템스"에서 합격 통지가 왔다. 진로를 고민하는 나에게 가까이 지내는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4년 동안 공부한 것으로 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첫째, 세상은 생각보다 넓다.
둘째, 내가 대학에서 공부했던 것은 생각보다 작다.
대학교에서 공부했던 것에 얽매이지 말고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고작 4년 공부했던 것으로 내 인생을 결정짓지 말라는 것이다.

그때 교수님께서 하신 이 말씀이 지금까지도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선택의 기로 앞에 설 때마다 나는 그때 교수님이 하셨던 저 말씀을 떠올린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나를 가두지 말자. 세상은 넓다. 그리고 나의 경험은 작고 초라하다. 그 작고 초라한 몇 년간의 경험으로 내 인생을 결정짓지 말자.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2018년 오늘 나는 중국에서,
고대시대부터 있어왔던,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SaaS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을 배워야 하나?

2010.11.19 일기에서

우리는 눈에 번뜩이는 획기적인 뭔가가 나타나기 원하고, 새로운 해결책이 생기길 원하고,
지금의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해 줄 신선한 뭔가를 원한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쌓여가는 것은,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나에게 진짜 힘이 되고 나의 하루를 살아내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은,
그런 것보다, 내 안에 점점 다져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마음가짐, 자세. 이런 것들이더라.

결국 어떠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얻어내었던 것도 새롭고 획기적이고 신선한 해결책 같은 게 아니라,
생각과 태도와 자세와 마음가짐. 이런 것들이더라.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경험이 아니다. 정보도 아니다. 아무리 성공했던 경험이라 할지라도, 그 좋은 경험을 써먹을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그때와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똑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는 없다. 정보도 마찬가지. 많은 성공한 기업들이 소 뒷걸음치다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세상의 반응에 기민하게 움직여 그 의미를 이해했고, 끈기 있게 세상의 요구를 맞춰갔던 기업이 성공했던 것이다. 즉 그들의 성공을 공식화할 수 없다는 말이고, 책에서 배운 정보 그 자체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면 살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8년 전 어느 날 일기에 썼던 것처럼, 우리가 배워가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자세, 마음가짐, 태도 이런 게 아닐까?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배워가야 할 것이 정말 “생각과 태도와 자세와 마음가짐” 이런 것 들이라면. 이것은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무엇을 통해서든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참 공평한 것 같다. 그것은 누가 줄 수 없고 내가 스스로 쌓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진정성 있게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진정 이런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면,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을 내려놓기가 쉽다. 변화가 두렵지 않다.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것은 경험이 아니라 깨달음이고, 그것은 어떤 일을 하든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해오던 것을 내려놓아 보면, 그것이 그렇게 큰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아~ 내가 지금까지 저 작은 세상 속에 갇혀 있었구나.
그냥 걸어 나오면 될 것을. 왜 저 작은 세상이 전부라 생각하며 살아왔을까?’

물러나기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XPExtreme Programming로 무장한 PMProject Manager이 SPStored Procedure로만 로직을 짜는 노땅 개발자를 보고 한탄해 하는 글을 봤다.

나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50이 되면, 나도 여전히 어린 아이들에게 SP로 짜야 한다고 말하고 있겠지… 내가 50이 넘으면 그때도 또 다른 변화가 밀려올 것이고, 아들뻘쯤 되는 어린 개발자들이 나를 그렇게 말 안 통하는 노땅 개발자로 바라보겠지. 그때는 그냥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자. 내 자리를 최대한 작게 유지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을 위한 것이다. 스스로 적폐가 되지 말고 자리를 내어주자.

이제 나도 슬슬 기성세대가 되어간다. 나의 지식으로 지안이를 키우려면, 하면 할수록 그것은 적폐가 된다. 시대와 상황에 맞지 않는, 무엇보다도 지안이에게 맞지 않는 것을 자꾸 강요하게 될 뿐. 지안이는 지안이의 삶을 살아가도록 믿고, 지안이의 삶을 지안이에게 맡기고, 나는 영역은 최대한 작게 유지하자.

조급함과의 싸움

얼마 전 동료와 식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다음 일을 생각하면 조급해진다.
하지만 원래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진짜 목표를 생각하면 조급함을 없앨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지금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조급해진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 그 조급함을 줄일 수 있다.

늘 유지해야 할 생각 두 가지.

  1. 다음 해야 할 일로 조급해질 때, 원래의 목적, 진짜의 목적을 생각하자. 그러면 조급함을 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매 선택에 너무 모든 것을 쏟아붓진 말자. or 매 선택에 너무 큰 확신을 두지 말자.

    매 선택은 
목적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다. 삶의 목적과 실제의 삶의 거리를 확인해가는 것에 초점을 둬보자. 그런 선택을 반복해 가다 보면 그 거리가 점점 좁혀지지 않을까?

일하면서 조급해질 때 나의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음 할 일에만 집중할 때다. 세상은 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기 마련이고, 다음 일은 당연히 예상치 못한 방법대로 진행된다. 그 변화의 폭은 대부분 예상보다 컸다. 예상과 실제의 차이는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라고 생각하는 그것 또한 예상일 뿐이다. 단지 실제와의 틈새가 조금 좁혀졌을 뿐. 그 말은 또다시 현실과 다른 변화를 맞닥뜨릴 것이고 또 변화의 압박을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해지지 않는 방법은 다음 할 일에 대한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정말 하려고 했던 원래의 목적을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이 일이 원래의 그 목적에 다가가고 있는 일인가? 그래서 원래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없이 늘 다음 일만 생각하다 보면 늘 변화에 대한 압박으로 조급하게 살거나, 아니면 변화를 무시한 채 스스로 고립되어 살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그 원래의 목적만 크게 생각하고 현실의 일을 작은 일로 넘겨버리면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늘이 없다면 내일도 없고, 현실의 일을 별 고민 없이 넘겨버린다면 원래의 목적 또한 그렇게 소멸하여 버린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없기 때문에. 매일매일의 성실하게 살아가는 연속적인 삶을 통해 그 목적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에.

바쁘고 조급한 삶으로 스트레스가 다가올 때, 내 삶의 원래 목적을 생각하자.

하나님과 함께하기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이 시대. 다시 내식대로 표현해보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아무것도 신뢰할 수 없는 시대**다.

최초의 인류는 지금보다 신과 좀 더 가까웠을 것이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에 직격타로 영향을 받아왔을 테고, 자연 속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보며 겸손함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히 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겠지.

문명이 발달하면서, 몇 번의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적어졌다. 우리는 대부분 가뭄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내 사업이 망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갈 따위에 물려 죽을 걱정도 안 하고, 웬만한 병도 병원에 가면 다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인간은 그동안 인류가 쌓아왔던 그것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또다시 그것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3년 후엔 어떤 세상이 올까? 5년 후엔? 10년 후엔? 전혀 예측이 안 된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이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또다시 작아졌다.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모르는 광야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며 겪었을 불안함. 비가 오고 가뭄이 오고를 전혀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신에게 의지하며 농사를 짓던 농부의 삶. 그들의 삶과 변화무쌍한 지금의 삶이 어쩌면 닮은 측면도 있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
더 재밌지 않을까?
정해진 길이 없기에, 하나님의 음성이 귀 기울이며, 그 하나님과 동행하며 한 발짝씩 내딛는 삶.
어쩌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 짜릿하고 익싸이팅exciting한 삶을, 다시 누려볼 수 있지 않을까?

Bible

얼마 전 교회에서 Job Discovery라는 행사를 했었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대학생들에게 실제의 사회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자리였었다. 그 자리에 나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분야의 멘토로 대학생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었다. 그때 한 친구가, 이렇게 빠른 변화를 어떻게 따라가냐고 질문을 했었다. 나의 대답은 그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인데, 그 변하지 않는 줄기를 늘 잡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하나님과 함께하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라 생각한다. 그 어떤 것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뿌옇게 가려진 안개 속을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삶이라면, 그 길을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말씀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그 옛날 그때의 사람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를 읽어보고, 그리고 그 말씀을 오늘 나에게 하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서 오늘의 삶에 적용해보고.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발견하고, 지난 수천 년간 변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그 말씀을 붙잡고 살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