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기

백마역 걸어 들어가는데 지하철 들어온다는 신호음이 들린다.
뛰지말자. 저 차는 내 차가 아니다.
(저번에 당해봐서 알잖아 ㅋ)
그래봐야 5분이다.
이 아침의 기분좋음을 5분과 맞바꾸지 말자

느리게 걷기

여행에서 돌아왔을때, ‘왜 이렇게 다들 쫓기듯 살지? 뭐가 이렇게 바쁜거지?’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급해서 바쁘다기보다, 바쁜 물결속에 쓸려가느라 괜히 덩달아 바빠지는 느낌. 그 바쁨엔 가속도가 붙어 더 바빠진다. 자신의 힘으론 멈출 수 없다. 결국 강제로 멈춰야 할 일이 생겨야 멈추게 되는 어리석은 모습.

스스로 멈추자ㅡ
어떻게 스스로 멈출 수 있을까?
세상을 넓게 봐보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책에서 과학을 세상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라고 얘기하면서, 우리가 보는 세상은 ”내부에서 본 세상“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거대한 세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세상의 어느 한 부분에서, 내가 관찰한 일부 모습을 보고 “세상”이라고 정의한다는 말.

앞뒤좌우 촐싹거리며 경박스럽게 왔다갔다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이 있다. 또 느긋하게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초원을 거닐며 살아가는 세상도 있다. 낮에는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해가 지면 옹기종기 모여 음악을 즐기며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세상도 있다. 뚜렷한 목표를 두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다른 모습으로 나아가는 세상도 있고, 오늘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내일도 오늘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세상도 있다.

이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 동시간대에 존재하고 있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그 안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만 해도. 이런 다양한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이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내 바로 옆에서 펼쳐지는 풍경에만 갖혀 매몰되지 않고 거기서 나와 좀 더 넓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전체를 나의 세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나의 이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넓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러면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가을은 천천히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