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세번째 생일
선물
지난 주말 점심을 먹으면서 지안이한테 이번 생일 때 받고 싶은 선물을 얘기했다.
“아빠 생일 선물로 너에게 헤드폰을 사주고 싶어.”
이게 꿈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너의 기쁨이 아빠가 받고 싶은 선물이야.”
지안이는 예전부터 헤드폰을 갖고 싶어 했다. 감히 엄두를 못 내고 내 에어팟을 괜스레 탐내곤 했다. 아빠의 생일 선물이 자기의 헤드폰이라니!
바로 교보문고로 가서 SONY 헤드폰을 샀다. 집에 와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이 여운이 꽤 오래간다. 며칠째 기쁨에 싸여있다. 나에겐 그 모습이 정말로 선물이다.
주인공
어와나 선생님들의 축하 메세지는 그냥 축하가 아니다. 한 사람에 대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자신도 모르는 보석 같은 매력을 옆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준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나조차도 어리둥절하다.
우린 자신에게 너무 깐깐하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좀 관대해도 될 텐데, 그게 잘 안된다. 근데 괜찮다. 상대의 눈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
“어와나 선생님들과 생일을 보내면 없던 자존감도 생기겠어.”
선생님들의 축하 메세지를 보며 아내한테 한 말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감동이다. 오늘 하루를 완전히 나의 날로 만들어준다. 이렇게 축하받는 거, 좋은 거구나.
자축
금요일. 청소년부 교사 기도회가 있는 날이다. 투썸에서 케이크를 사 들고 교회로 갔다.
내 생일 케이크 내가 사 들고 가서 축하받기 ㅎㅎ 한번 해보고 싶었다.
딸기케이크에 43개의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같이 노래를 불렀다.
주목받는 것은 어색하다. 분명 내가 주인공인데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매번 머쓱해하며 어색하게 그 시간을 보낸다.
그러지 말자. 일 년에 하루 정도는 주인공으로 살아도 되잖아? 모두가 나를 축하해준다. 그냥 감사히 받자.
마흔세번째 생일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내랑 같이 집으로 올라오면서,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묻는다.
아내는 지금까지 생일 중 이번이 가장 잘 보낸 것 같단다. 맞다.
요란한 이벤트 같은 건 없었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새삼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다. 43년 전에 이 땅에 태어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받고, 나 또한 진심으로 감사하며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