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세상
몇 주 전, 개발팀에 한 고등학생 친구가 인턴으로 합류했다.
이틀 동안 기능을 하나를 개발하느라 끙끙거리다가 드디어 미션을 완수했다.
Pull Request를 보냈고, 코드 리뷰를 거쳐, master 브랜치에 merge가 되어, 운영에 배포되었다.
와~ 정말 너무 기뻐한다.
작은 기능 하나를 개발하고 너무 기뻐한다.
행복, 재미,, 이런 건 어디서 올까?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살짝 버거운 듯싶은 목표가 있고, 그걸 해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마침내 완수해냈을 때.
그럴 때 오는 희열이 있다.
일상에서 이런 희열을 맛보는 삶은 재미있다. 일이 지겹지 않다.
이런 것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슈퍼맨 같은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낸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다.
실력도 있고, 가진 게 참 많다.
그들의 삶은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들을 그렇게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최근 계속 글을 안 쓰고 있는 날 돌아보며 “요즘 내 삶에 인상적인 게 없나 봐~”라고 했더니, 한 동료가 “제가 재휴님 같은 상황이라면 글감이 넘쳐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다이나믹하고 인상적인 일로 넘쳐나 보이는 것 같은 내 삶이 정작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인가 보다.
상황이 반복되면 익숙해진다. 그러면 더는 나에게 자극을 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사건들이, 슈퍼맨 같은 그들에겐 당연한 일이어서, 나에게 주었던 짜릿함을 주진 않을 것이다.
내가 조기 축구에서 상대 팀을 이겼을 때 느낄 기쁨과, 손흥민 선수가 동네 조기축구 멤버들이랑 경기를 하고 이겼을 때의 기쁨은 다를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꼬맹이들이랑 하는 공놀이에서 이겼을 때 기쁨이 엄청나지 않은 것처럼…
언제 기쁨을 얻나?
지금의 내 상태(내가 기준점이다!)에서 약간의 도전적인 과제를 목표로 삼고 그것을 해 냈을 때다.
진짜 그렇다면,
이건 매일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
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많이 가졌다고 할지라도, 하루를 충실히 살지 않는다면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이런 소소한 기쁨이 쌓여서 내 삶에 의미가 더해진다.
이런 기쁨을 향유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다.
세상은 공평하다.
( * 사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절대적인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정말로 공평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바램을 담아 쓴 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