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방법: 한 손에 책을 들고 다니기
시집이면 좋겠다. 아니어도 괜찮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빨리 읽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할 시간이었잖아.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 - 다니엘 페낙
맞는 말이다. 원래 내 시간이 아니었다. 지하철에 잡아먹힌 시간이었는데 책이 그 시간을 도로 훔쳐왔다. 그러니 조급함은 내려두고 천천히 읽자. 말 그대로 잉여읽기다.
지하철에서 내려 환승구로 간다. 썰물 빠져나가듯 사람들이 쑤욱 지나가는데 나 한혼자만 유유자적. 이 기분도 괜찮다. 이 세상과 분리된 느낌이다. 무리속에서 고독을 느낀다. 시끌벅적한 출근길, 온 세상이 고요해진다.
주변이 보인다. 책의 여운일 것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사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작가의 눈이 나에게로 옮겨졌다. 나도 주변을 바라본다. 에스컬레에터, 계단 모서리, 벤치,, 아직 나에겐 이런것에 의미를 더할 내공은 없다. 하지만, 세상 모든것에 감동받을 필요가 있나? 이렇게 멍때리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에게 여유를 만들어준다.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모두 계단위로 올라갈때, 혼자 벤치에 앉았다. 아무도 없다. 출근시간이라고 항상 분비는 것은 아니구나. 세상에서 나 혼자만 느끼는 여유같다. 1분도 안되서 사람들이 몰려오겠지. 강풀의 만화 “타이밍”에 나왔던, 시간능력자 ‘영탁’이 된 것 같다. “딱” 소리를 내며 시간을 멈추고 혼자 주머니에 손넣고 멈춰진 세상을 혼자 천천히 걸어다니던 영탁이가 된 것 같다.
이제 사무실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