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대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

책을 멀리했었다. 아내에게 “어떻게 이 책도 안 읽었어?“라는 말도 종종 들었다. 초등학생 때 으레 읽었어야 할 동화책도 안 읽었으니 그런 말 들을 만하지.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 때 한 친구는 “넌 사람에게 관심 없잖아” 라고 말했다. 사람보단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무언가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다.

다채로운 책의 맛을 알아갔다. 다채로운 사람의 맛을 알아갔다.

한줄한줄 꼼꼼히 노트해가며 읽는다. 이럴 땐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책 한 귀퉁이에 생각이나 질문을 적어 놓으면, 책을 읽어나가다 그 부분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책에서 빠져나와서도 작가는 나에게 계속 이야기한다. 책을 넘어서는 소통이다. 사람과도 마찬가지. 나에게 사람은 그런 존재다.

한 책을 여러 번 읽을 때가 있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을 때가 있다. 오랫동안 반복해서 음미하며 읽는다. 좋아하는 책은 책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다. 사람이 그렇다.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좋다. 했던 얘기를 또 나눈다. 그래도 좋다. 전에도 보고 또 보고 자주 보고 했던 얘기 또 하고, 그래도 좋다.

좋은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당연히 사람도 그렇다.

같은 책을 읽는다고 같은 것을 느끼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책의 보물을 나만 발견할 때가 있다. 오래 천천히 생각해가며 교류해가며. 그렇게 읽으면 더 많은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을 알아갈 때 그 사람의 보물을 발견한다.

한권의 책과 나와의 관계. 이 세상에서 유일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같은 책을 읽었다고 똑같은 관계가 아니다. 한 사람과 나와의 관계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다. 같은 사람을 만난다고 같은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책을 만나느냐. 어떤 책과 사귀느냐. 그것에 따라 삶이 바뀐다. 글귀 하나를 만나 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한다.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이 만나 함께 성장한다. 사람 역시 그렇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함께 성장한다.

“책을 대하는 방식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묘하게 포개진다는 것이다.”
— 『읽기의 말들(박총)』 39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