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겨울 수련회

2026 겨울 수련회

주님의교회 청소년부 겨울 수련회
2026년 2월 6일 ~ 8일
강화성산예수마을


피곤함에 눈은 감겨오지만 마음은 가볍다. 비전홀 앞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는 아이, 짐을 정리하는 선생님, 여전히 뭔가를 들고 움직이는 스텝들이 보인다.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려본다. 얼른 집에 돌아가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 한켠엔 이 피곤함 속에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6년 청소년부 겨울 수련회는 이렇게 끝이 났다.

진짜 마음

첫 번째 GBS 시간. 아이들에게 내가 의지하는 것, 절실히 필요한 것, 간절히 갖고 싶은 것을 적게 했다. 돈, 명예, 성공, 여자 친구, 멋진 몸매, 성적, 좋은 학교, 안정된 직장, 인기, 인정,,,
솔직한 마음이겠지만 진짜 마음은 아니다. 비교와 평가에 눌린, 주입된 것일 테다.

나에게 신앙은 작은 마음이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실낱같은 조각이다. 겨자씨만 한 걸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하는 거, 모든 포커스를 거기에 맞추고 그걸 지켜내는 게 신앙이다.

수련회를 시작하는 시간, 이들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다. 그 씨앗을 지키려는 마음을 먹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도 조금씩 진지해진다. GBS를 마무리할 때 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들이 자기 입으로 말한다.
“하나님 만나는 거요. 믿음이요. 은혜요. 인격적인 만남이요. 마음을 지키는 거요.”
“오늘, 그거 가지고 기도하자."

마음 문

예수님이 문밖에 서 계신단다. 내가 문을 열어야 예수님이 들어올 수 있단다. 예수님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누가 그 마음의 문을 열고 싶지 않을까. 오랜 시간 나의 답답함은 이거였다.
‘그 문, 도대체 어떻게 여는 거야?’
아이들도 같은 마음일 테다.

“선생님이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을 알려줄게.
찬양할 때는 찬양을 해. 말씀 들을 때는 말씀을 들어. 기도할 때는 기도를 해.”

이들에게도 삶의 무게가 있다. 고민도 있다. 그 압박 속에는 하나님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수련회는 그 실낱같은 마음을 찾아서 붙잡는 시간이다.

삶의 무게

아이들의 삶이 가혹하다. 평가와 비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도 그때를 지나왔다고 아는 척하지 말자. 이 아이들은 나보다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받는 압박을 가벼이 여기지 말자.

예수님은 나사로를 잃은 마리아와 마르다의 슬픔을 작게 보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그 슬픔을 함께하시고 농도 짙은 눈물을 함께 흘리셨다.

예배 시간 오열하며 찬양하고 기도하던 아이들 옆에서 예수님도 같이 오열하셨을 것이다. 아이들도 그 마음을 느꼈겠지. 가슴을 부여잡고 기도를 하고 온몸으로 찬양한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때 하나님과 나 사이에 있는 막이 얇아진다. 잠시나마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하나님과 가까이 있는 시간을 만끽한다. 그건 신앙의 추억이 된다.

신앙의 추억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왜 내가 마흔넷이지?
이런 삶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땐 세상의 복잡함과 풀어야 할 문제, 이 압박을 가늠할 수 없었다. 아직 어렸던 그땐 뭔지도 모르고 기도를 했다. 다짐했고 결단했다. 그리고 까먹었다. 세상의 압박과 복잡한 일상에 파묻혀 추억이 되어 버렸다. 수련회의 은혜는 일회성으로 날아가 버린 줄 알았다.

그게 아니더라. 사라진 줄 알았던 그때의 다짐은 저 깊숙한 곳에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어느 순간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건다.
“재휴야. 그때 했던 기도 생각나지? 이제 그렇게 살아야 해.”
물론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실패하기도 하고 ‘난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 좌절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신앙의 추억은 생각보다 강했다. 결단의 기억은 많은 실패를 겪고서도 또다시 쑤욱 고개를 내민다. 없어졌을 거라 생각했던 그 추억은 계속해서 나에게 영향을 주고 지금의 선택을 이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은 그대로 테스트의 장소, 성장의 기회가 된다.

여기서 만들어진 신앙의 추억이 이 아이들의 삶을 평생 이끌어 가길 기도한다.

몸에 새기는 신앙

느낌보다 강력한 게 몸에 새겨진 기억이다. 몸이 움직일 때 신앙의 추억은 몸에 새겨진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기도하고 말씀 듣고 찬양하며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내 안에 하나님을 가득 채울 수 있다. 그 하나님을 온몸에 새기는 건 몸으로 드리는 예배일 것이다. 스텝들은 그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예배를 드렸다.

녹초가 될 때까지 움직였다. 청소년 시절에 받았던 은혜를 동생들에게 넘겨주려고 그 자리를 만들어냈다. 레크레이션과 게임 진행 뿐만 아니라, 2박 3일 내내 빈틈을 온몸으로 메꿔냈다. 필요한 자리에는 항상 스텝이 먼저 가 있었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그 수고로 200여 명이 함께 했던 그 공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내뱉었다.
스.텝.군.단.

스텝 군단

스텝 카톡방은 쉴 새 없이 울린다. 잠시 숨을 돌렸다가 핸드폰을 보면 안 읽은 메세지가 100개가 넘는다.

식당으로 좀 와주세요. 중1부터 내려보내 주세요. 지금 올려보냅니다. 올려보내지 마세요. 순찰은 각방뿐만 아니라 복도 구석구석 살펴봐 주세요. 현재 고등학생 44명 들어왔습니다. GBS 시간에는 4시 45분까지 모여서 2일 차 시뮬레이션 진행하겠습니다. 친구들 어디 안 빠지게 주의해 주세요. 아이들 방바닥이 너무 뜨겁다는데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 고 1반 지금 올려보냅니다. 오늘 예배 시간 정말 뜨겁게 찬양합시다! 내일 2일 차 프로그램 규칙 설명 및 스탭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을 정리한 문서입니다. 다들 일어나시면 정독 부탁드려요!!! 릴레이 게임 세팅 끝났습니다. 여러분 색깔 싸인펜 챙기셔야 해요. 문제 사항 특이 사항 생기면 바로 저한테 연락주세요, 잡일 시키셔도 됩니다. 물 가져다드립니다. 라이어 팀 저에게 펜 받고 가세요. 여러부운 화이팅입니다아아아!! 게임 시간 각각 16분으로 지금은 1시 56분까지 끝내주시면 됩니다. 56분부터 이동하겠습니다. 2시 1분 아닌가요?? 암흑팀~ 중 1-1 보내주세요. 방탈출 이동했습니다. 게임 시간 16분을 지켜주셔야 해요. 저희 까나리도 상대 기다려요. 10분씩 딜레이 할게요. 지금 꼬인 반 있습니다. 컬링 이동 완료했습니다. 저희 44분쯤에는 이동할게요. 요리팀 비닐장갑 부족합니다. 물병 이동시켰습니다. 고요속의외침 이동합니다. 고 2-1이 없어졌어요 ㅠㅠ 찾아주실 수 있나요? 컵이 부족하네요. 일단 3명으로 진행 중이고 이래도 한 팀이 못 해요 ㅠㅠ 15개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혹시 투명 테이프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2게임 더 남았습니다. 요리 끝났습니다. 이동합니다. 곧 끝나고 마지막 팀 기다릴게요. 마지막이니만큼 보조 스텝들이 영상 찍어주세용 짤막하게라도... 경도 상품 있나요? 오늘 7시 반부터 있는 원형 기도회 시간에 아이들이 반별로 모여 기도를 드립니다. 그때 스텝들은 청소년들 끝과 끝에서 청소년들을 지키고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스텝들 강사실로 모여주세요, 짐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순찰돌고 나머지 인원 예배드릴게요. 쓰레기통 다 비워야 하고 분리수거도 해야 한답니다. 여자들은 4층부터 해서 내려오시고 남자분들은 2층부터 모여서 올라가겠습니다.
........
끝이 없다.

이들의 발은 카톡방의 메세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인사하고, 생일인 친구를 위해 깜짝 파티도 연다. 맡은 역할을 끝내면 예배당으로 들어와 최선을 다해 찬양하며 기도한다. 돌아오는 길에 벌써부터 여름 수련회 얘기를 꺼낸다. 이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05 또래 스탭들이 길을 내주었고, 06 또래가 그걸 이어갔고, 07 또래가 합류하면서 전통이 되었다. 청소년 시절에 경험한 은혜가 공동체 안에서 지켜지고, 거기에 두터운 신뢰가 쌓여 서로 강력한 동역자가 되었다.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전도서의 말씀처럼 끈끈하게 묶인 이 관계가 이들의 삶과 신앙을 지켜주길, 아름다운 전통으로 계속 흘러가길 꿈꿔본다.

흘러가는 신앙

수련회 때마다 뒷자리에 앉아서 다음 세대라 불리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30여 년 전의 나를 본다.

나도 예전엔 다음 세대라 불렸을 것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그다음 세대를 본다. 우리 세대를 키워준 어른 세대가 있었다. 어느새 그 바통이 내 손에 넘어왔다. 당황스럽다.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아직 내 신앙 지키기도 버거운데. 그래서 더 간절하다. 어쩌면 우리 세대를 키워주신 어른들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선생님도 지금의 나처럼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녹록지 않은 삶을 버티며 겨우겨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다음 세대를 길러야 할 책임이 지어졌겠지. 그래서 그렇게 간절히 부르짖고 기도 했겠지. 제발 도와달라고. 그 기도에, 그 섬김에 우리 세대가 자라났겠지.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설 차례다. 이제 내가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자리에 세워졌다. 하나님도 참… 무모하기도 하시지. 뭘 믿고. 하나님의 방법은 이상하다. 세상의 강함 앞에 약한 자를 세우는 게 하나님의 방법이라면, 거기에 한번 맡겨보자. 다음 주자에게 넘겨줄 때까지 바통을 잡은 손에 힘을 빼지 말자.

책임이 부담이 되고 간절함으로 이어진다. 믿음은 이렇게 수천 년을 흘러왔나 보다. 한세대 한세대가 이렇게 믿음을 지켜왔고 이어져 왔나 보다. 믿음은 계속 흘러가지만 거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서야 한다. 내 몫을 감당하자.

_2024.07.26

첫 번째 청소년부 수련회 때 했던 기도다. 여전히 이 마음이다. 그래서 내 신앙은 버티기 신앙이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자. 막막하고 어려워도 도망가지 말고 버티자. 좀 뒤처지면 어때, 못하면 어때. 내 뒤엔 다음 주자가, 또 그다음 주자가 있을 테니까. 바통을 꼭 쥐고 달리다가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게 나의 역할이다.

내가 바라는 삶

3년 전, 북경을 떠나며 사랑하는 고등부 아이들 앞에서 나의 다짐을 얘기했다. ‘유목민으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으로 꿈을 얘기했다.
“우리 불안하게 살자. 그 불안함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거야.”
사람들이 기도 제목을 물을 때마다 불안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는 거라고 말했다. 나를 소개하는 문구에도 ‘도시 안에서 유목민으로 살기를 꿈꾼다’라고 썼다.

세상에 묶이고 싶지 않았다.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살고 싶었다. 오늘의 만나를 구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나아가며 살고 싶었다. 신앙을 지키는 방법은 절박한 상황으로 들어가는 거라 생각했다. 하나님이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삶을 사는 거라 생각했다.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거칠게 살다가 자리가 잡히자 또 보이지 않는 길을 선택해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하나님의 은혜로 안정을 찾았는데 이렇게 정착해 버릴까 봐 두려웠다. ‘오아시스에서 쉬는 건 일 년으로 끝내자’라는 생각으로 두 번째 창업을 했고 다시 생존모드로 들어섰다.

‘이럴려고 이렇게 살았나?’

지난 몇 달간은 유목민의 삶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를 열고 자기 전까지 일 모드를 이어갔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을 만들어내려고 했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일에서 안정감을 찾으려고 했다. 어느새 마흔 중반,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줄 몰랐다. 이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었다. 지난 몇 달간의 삶을 돌아보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내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건 청소년 아이들이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보며 다시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로 다짐한다. 가장 깨끗하고 선명한 상태로 하나님이 주시는 작은 마음을 크게 보며 내가 진짜로 바라는 삶을 살자.
다시, 내 손에 넘어온 바통에 힘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