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머뭇거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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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하면서, 돌아와서도 반복했던 단어가 있다. 머뭇거림, 망설임.

겁이 났다. 만약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이렇게 시작되겠다 싶었다. 이번 여행 후 다들 몽골에 대한 마음이 뜨겁다. 나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열정을 태워버리고 싶은데. 그러다 정말 무슨 일을 벌일 것 같다. 그래서 자꾸 머뭇거린다. 적당히 정리하고 사진첩에 잘 담아 책장 깊숙이 꽂아놓고만 싶다.

이런 마음을 아내가 먼저 알아봤다. 지난 세 편의 여행 이야기(1, 2, 3)를 보고 “엥? 이게 다야?”라는 반응이다. 분명 더 많은 걸 느꼈는데 그 이야기를 다 끄집어내지 않은 것 같단다. 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 나에게 느껴지던 깊은 울림이 아직 나오지 않았단다.
맞다. 난 망설이고 있었다.

아이러니하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게 진짜로 일어나버릴까 봐 망설이는 마음. 너무 하고 싶은 마음과 적당히 선을 긋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고개를 들이민다. 이 이상한 마음은 도대체 뭔가? 나답지 않다. 몸을 사리고 주춤하고 망설인다. 마음은 이미 저 멀리 가 있는데 적당히 멈추려고 한다. 진짜로 일이 벌어지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인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게 있다. 누군가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해 나가는 것을 볼 때 짜릿하다. 하이데어를 시작하고 코드스텝을 세울 때도 이 마음이었다. 지난 송년회 때 동료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그것을 하세요. 그러면 전 그 테두리를 그을 겁니다. 그게 코드스텝입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뭔지 모를 그것을 하는 게 코드스텝의 방향이다. 내가 그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내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걸 억누르고 있다. 이전엔 나의 등을 떠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북경에서 만난 고등부 애들이 그랬다. 내가 내 입으로 내뱉었고, 그 말을 듣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패턴을 알기에 난 말을 아꼈다. 진짜로 그 일이 벌어지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몸을 사리며 조심히 행동했다.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빌려 말하자면, 체호프는 인생은 수수께끼라고 했다. 인생의 질문들 앞에서 ‘난 모른다’라고 중얼거릴 따름이라고.

그러니까 인생은 이해할 수 없어서 불쌍한 것이다. 문제를 푸는 사람 자신이 문제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 수가 없는데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풀어야 하니까 더 불쌍한 것이다.
_ 《인생의 역사》 신형철

난 이 이상한 끌림에 이유를 찾으려 했다. 목표를 세우려 했다. 효과를 점쳐보려 했다. 이성적으로 따지려 했다. 인류의 스승들은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현인들은 하나같이 인생은 이상한 거라고 말하는데, 난 내 인생을 계산하려 했다. 유목민의 기운을 받아오자고 말하며 호기롭게 여행을 떠났지만 정주민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인생이 원래 이해할 수 없는 거라면, 이해 따위는 집어치우고 이상하게 살자. 그게 인생을 잘 사는 것일 테다.

어차피 이해할 수 없는 인생, 그냥 끌리는 데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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