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어 학교
7월 중순쯤부터 개발팀에 합류한 고등학생 이야기다.
아ㅡ 자퇴를 했으니 고등학생이 아니지.
7월 초에 처음 줌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학교에서 개발을 배우게 되었고 코드를 짜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데, 학교 선생님이랑 친구들과 짜는 코드가 잘 짜는 코드인지 잘 모르겠단다. 실제 동작하는 것을 만들어보며 진짜로 사용되는 걸 만들어보고 싶단다. 하이데어 팀에 와서 나랑 같이 개발하며 배워보고 싶단다. 코드를 짜는 것을 넘어서, 개발하며 사는 삶을 배우고 싶단다.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 건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이게 맞는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했고. 열흘 후쯤에 다시 줌으로 만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로 했다.
이 친구는 마음을 정했다.
첫 대화에서 하이데어 기술 스택을 대충 설명해 주었는데, 아직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한 학기 동안 혼자 공부해서 익숙해진 상태로 합류하겠단다.
난 또다시 마음을 확인했다.
우선 마음을 정하는게 중요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면 성장하게 되어 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 수 있으니까.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바로 시작하는 거예요.
혼자 준비한다고 지금보다 엄청나게 달라질 것 같진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진 않을 테니까, 그것부터 해 봅시다.”
바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학교에 가서 자퇴서를 내고 왔다.
용기를 낸 어린 친구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지지는
이 말 저 말 보태고 싶은 말 많지만, 입 닥치고.
그냥 동료로 받아주는 거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 대하는 거다. 할 수 있는 일을 주고, 그 일을 해내게 도와주는 거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했겠지.
그 결정에 왈가왈부하지 말자. 그냥 같이 일하자.
저녁엔 헬스장 가서 PT를 받고, 발성 학원에 가고, 영어 공부도 하고, 부모님이랑 여러 컨퍼런스도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이렇게 살다가 대학에 가고 싶어지면 그때 가겠지.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학창 시절을 잘 보내는 방법은 뭘까?
“최선을 다해 공부 안 하기”
여기서 중요한 건, 공부하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떠밀려서 공부하게 되어 있다. 등 떠밀려 공부하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하지? 다른 걸 해야지.
이 친구가 그렇게 하고 있다.
이 꼬맹이 개발자를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조금씩 감이 온다. 일단 쉬운 일을 시키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키워드를 던져주고 알아서 학습하게 하고, 적용하게 한다.
공부에 파묻혀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 적당히 끊어준다. “공부는 그 정도로만 하고 이제 다시 코드를 짜봐”
대충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듯 싶으면 반대로 코드를 손에서 놓게 한다. “방식만 익히려고 하지 말고 완전히 네 사고방식에 녹여내야 해. 언어의 문법만 보려고 하지 말고, 사상/패턴을 이해하려고 해봐”
옆에서 개발하는 걸 보고 있으면, 지금 필요한 게 보인다. 코드를 좀 더 보기좋게 짜 보려고 여기저기 손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떤 코드가 잘 작성된 코드인지 누군가가 그 정석을 정리해놓은게 있어. 마틴파울러가 쓴 《리팩토링》이야.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야. 최근에 나온 2판 예제가 자바스크립트여서.. 딱이네!“
바로 장바구니에 담는다.
예전엔 강의 같은 거도 많이 했지만, 그런 거 그만하고 싶다. 일단 준비하기 귀찮고, 시간도 없고, 나보다 강의 잘하는 사람 너무 많다. 그냥 그런 강의 찾아 들으면 된다.
그래프를 그려야 할 일이 있어서 canvas를 만지게 되었는데, 엊그저께는 canvas로 리듬 게임을 만들어봤단다. Vercel로 배포하는 걸 배우더니, 이젠 자기 도메인을 알아보고 있다 ㅎㅎ
이제 막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은 이 어린 동료가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