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책 - 『뿌리』

알렉스 헤일리, 『뿌리』, 열린책들

내용

『뿌리』의 주인공 “쿤타킨테"는 1750년에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태어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아주 건강하고 늠름한 소년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17세 쯤 되던 어느 날, 흑인 사냥꾼들에게 잡혀 미국으로 끌려가게 된다. 끌려가는 과정은 죽음을 통과하는 듯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미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더한 고통이 이어졌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아프리카로 돌아가려는 희망을 잃지 않았던 쿤타킨테는, 한 백인 주인에게 팔려가 손과 발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풀리는 그날 탈출을 시도한다. 탈출하고 잡히고, 또 탈출하고 또 잡히고…. 이것을 4번이나 반복했고, 급기야 발이 잘리고 만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았던 쿤타킨테는 딸 “키지"에게 자신의 고향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릴 때부터 아빠로부터 아프리카 이야기를 듣고 자란 키지는 자신의 아들 “조지"에게 그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고, 조지 또한 엄마가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쿤타킨테의 이야기는 대를 이어 내려왔고, 그의 7대손 “알렉스 헤일리"는 할머니로부터 듣던 조상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 나온 이야기가 『뿌리』다.
자그마치 10여 년에 걸쳐서 쓰여진 책이다. 소설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학자들은 이 책을 역사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만큼 한 가문의 일대기와 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어서겠지.

소설 ⟪뿌리⟫에는 쿤타킨테와 그 후손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흑인 노예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와 『뿌리』의 만남

2010년 아프리카 여행 목적지를 감비아로 정했다.(실제론, 감비아로 가기 위해 세네갈 공항에 내렸다가 그냥 거기 눌러앉아 버렸지만 ㅎㅎ) 나의 여행 준비는 딱 한가지였다. 그 나라에 대한 느낌을 익히기. 예를들면, 그나라 배경의 영화보기, 그나라 인기 가수들 노래 듣기, 그나라 관련 책읽기. 이런것들… 어짜피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찾은 정보는 아프리카에 도착하면 쓸모가 없어질테니.
소설 『뿌리』에 감비아 이야기가 나온다는걸 알고 그 책을 사서 읽었다.

다시 만나는 『뿌리』

딸 지안이가 5살때, 매일 자기전에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었는데. 그것을 매일 하다보니 더이상 지어낼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뿌리』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거기에 아프리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잘 묘사되어 있는데, 이 얘기만 해줘도 반년동안은 이야기거리가 바닥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매일 『뿌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주인공 쿤타킨테가 흑인 사냥꾼들에게 팔려갈때가 되었다. 그 뒷부분 이야기는 너무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라 들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안이는 계속 그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너무 슬픈 이야기라 많이 각색을 했다. 서로 많이 울었다. 나도 울고 지안이도 울고. 결국 책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지 못하고, 주인공이 미국을 탈출해서 아프리카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그렇게 지안이와 『뿌리』를 다시 읽으며 이 이야기는 나에게 각인되었다.

나에게 주는 메세지

『뿌리』를 통해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지켜내는 거다.
누군가가 나를 휘두르려고 할 때 휘둘리지 않는 게 자유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냐? 내 마음속에 지킬 게 있는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목숨을 내놓고라도 지켜낼 거야!” 이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좋아하게 된 성경 구절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
– 요한복음 8:32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절대 바뀌지 않을 ‘진리’라면, 그것이 나를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지 않을까?
내 중심에 진리를 두고 살아갈 때, 그것이 나를 진정 자유하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가끔 『뿌리』를 펼쳐본다. 쿤타킨테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오늘 자유인으로 살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