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라는 책을 읽고 하나의 프레임이 생겼다.
자유인 or 노예
특정 프레임에 갇힌 채 세상을 보는 것은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점이 있긴 하지만, 복잡한 세상을 바라볼 때, 특정 관점에 대한 (그 관점 아닌 것들은 제외하고) 선명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프레임은 꽤 유용하기도 하다.
자유인 or 노예 프레임은 지금도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어서, 종종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나는 오늘 노예로 살았나? 자유인으로 살았나?”
지금 시대에, 21세기에. 노예란 웬 말인가?
내일 송년모임에 있을 선물교환식을 위해 MUJI에 가서 노트와 펜을 골랐다. 아내가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똑같은 세트로 3벌을 샀다. 하나는 원래의 목적대로 선물교환식 용. 그리고 나머지는 아내와 나를 위한 선물.
노트에 뭔가를 쓰고 싶어서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선뜻 첫 글자가 써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은 많았지만, 이 예쁜 노트에 이 예쁜 펜으로 아무 글자나 쓰고 싶지 않았다. 뭔가를 쓰기 위해 노트와 펜을 샀는데, 막상 쓰려니 망설여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와 보니 우리 집 건물 바로 옆에 수영장이 있어서(100 보도 안됨) 연회원권을 끊었다. 이렇게 수영장을 끊어서 다닌 것은 수영을 처음 배우던 대학교 때 이후 처음이다. 일주일에 2번 가는 것을 목표로, 꾸역꾸역 수영장에 가고 있다.
처음 몇 주는 25m 레인을 2바퀴씩 돌았다. 2바퀴 돌고 쉬고, 2바퀴 돌고 쉬고. 그것도 힘들더라. 그러다 어느 날 6바퀴를 돌았고, 그 다음번엔 20바퀴를 돌았다! 스스로 놀랍게 여기는 것은, 지금보다 체력이 월등히 좋았던 20대 때도 4~5바퀴 이상 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