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래,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이잖아.
다른 건 다 해도 창업은 못 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난 더 잃을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내 회사를 시작했다. 밤마다, 주말마다 몸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 중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와 제대로 팀을 꾸렸다.
꿈 시리즈 세 번째 글이다.
2019년에 처음으로 나의 꿈에 대해 글을 썼다. – 꿈
2022년에 [하이데어]에서 대화를 신청한 친구가 꿈을 실제로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를 물어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글을 썼다. – 꿈을 가지고 살아가기
이제, 다음 이야기를 써야 할 시점이 되었다.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북경을 떠나기 전 마지막 고등부 수련회. 목사님께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저에게 한 시간만 시간을 주세요.”
나의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다짐하며. 사랑하는 고등부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해 줄 이야기를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가며 참 많이 울었다.
주님의교회 청소년부 수련회
2024년 7월 26일 ~ 28일
강화도 신덕수양관
내가 좋아하는 젬베로 내가 좋아하는 찬양을 한다. 가죽을 치며 나는 소리가 손바닥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온다. 미세한 진동이 피부에 느껴지고 심장으로 전해진다. 소리는 손바닥의 타격감에서 시작된다. 손의 통증이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 통증이 좋다. 손바닥의 얼얼함이 은혜를 머금고 있는 느낌이다.
교회 열등생 난 교회 열등생이었다.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몰랐다. 하나님은 계속해서 내 옆에 있었는데 난 다른 곳에서 하나님을 찾았다. 그걸 알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 버스킹을 하루 앞두고
오후에 소연샘한테 일대일 레슨을 받으러 갔다. 불안했나 보다.
새로운 것을 앞두고 드는 불안한 마음. 여러 번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전히 안절부절못하고 가슴이 쫄깃해 온다. 그래도 여러 번 하다 보니 이 감정과 조금은 친해진 것 같다. 이 녀석, 또 찾아왔네. 오히려 반갑다.
난 무슨 마음으로 버스킹을 한다고 했을까? 찬양 인도자 최세현 목사님도 오신다고 하고, 드러머 국지원 전도사님도 오신다고 하고. 음악으로 난다긴다하는 사람도 많이 지나갈 텐데. 난 무슨 생각으로 한다고 했을까?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버킷리스트, 버스킹. 진짜로 한다.
첫 번째 연습 때 소연샘이 보사노바 리듬을 알려주었는데 이제 몸에 좀 익었다. 첨엔 도통 안 돼서 종이에 박자를 그려놓고 따라 해야 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반복했다. 잘 되나 싶으면 손이 어긋난다. 좀 익숙해져서 노래에 젖어 들려고 하니 또 박자가 꼬인다. 그러다 점점 몸에 익어갔고 조금씩 내 안에 스며들었다.
리듬이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박자가 흐트러진다. 노래와 리듬과 몸이 하나가 되어야 그 안에 들어가 즐길 수 있다.
책 노트를 만들었다. 지금까진 이 생각 저 생각 다 핸드폰에 적었는데 책 읽고 드는 생각은 노트에 적기로 했다.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노트에 옮겨적고 거기에 내 생각을 보탠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삼다(三多)’ 끝나고 책을 천천히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던 터라 오히려 좋다. 같은 글인데도 내 손으로 옮겨적은 글씨는 나와 더 가깝다. 좋은 지식은 이렇게 훔치는 거다.
나의 책 노트를 보더니 지안이가 글 잘 쓰는 팁을 알려준다. 학교에서 매일 배움 노트를 쓰는데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이란다.
“나 멋있어 보이지? 너도 나처럼 멋있게 살 수 있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왔을까?
나처럼 살라는 말은 나를 닮으라는 말이 아니다.
나처럼, 너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조르바를 닮아서, 나답게 살자.
나도 29살 때 참 막막했던 것 같다.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나를 보면 초라하고, 또래 친구들은 펄펄 날아다니고. 쟤네들은 뭘 했길래 저 나이에 저걸 이뤄냈지? 찌질한 내 모습과 비교가 되는데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 청소년부 교사 엠티
상수동에서 좀 일찍 퇴근해서 강화도로 갔다. 신덕수양관에 도착하니 한쪽에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기구나. 불판 위엔 이미 고기가 올라가 있다. 양손에 콩나물과 상추쌈, 계란 한판을 들고 나타난 나를 다들 반겨준다. 조금씩 챙겨온 재료로 테이블이 풍성해졌다. 장작불의 연기를 머금은 고기로 우리는 마음까지 풍성해졌다. 거기에 계란찜, 콩나물 무침, 볶음밥, 비빔면이 더해진다.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공동체를 하나로 만드는 건 역시 밥상이다.
이젠 불멍의 시간. 타오르는 불을 보며 둘러 앉았다. 불 위로 날리는 잿가루(?
“아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지안이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고 묻는다.
알지. 당연히 알지.
해마다 4월 16일이면 지안이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이야기 했었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 바깥에 있었는데, 지안이가 전화해서 먼저 4월 16일을 이야기 한다.
“지안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구나. 앞으로도 잊지말자”
“응~”
기억은 과거가 아니다. 미래다.
기억은 내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는 미래로 이어진다. 그래서 기억은 살아있다. 없어지지 않고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
기억의 힘을 믿는다.
# 꽃
봄이 오는게 보인다. 아침 옷차림도 가볍다. 먼저 꽃을 피운 나무도 있고 어떤건 아직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다. 벌써 연두색 이파리를 보이는 성급한 애들도 있네. 일찍 꽃 피운 녀석은 봄 소식을 일찍 알려준다. 늦은 친구는 이 봄을 길게 끌어주겠지. 둘 다 좋다. 자기 꽃은 때가 되면 다 드러날테니까.
온 세상이 예쁘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든 거라던데. 그렇다 치자 ㅋ
# 대화
우리 삶이 계속해서 깊고 넓어질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대화다. 나의 조각난 생각은 대화를 통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