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사소한 결정의 무게감

나를 형성하는 것은, 매일 숱하게 마주하게 되는 순간의 작고 사소한 결정들이다.
그 결정들은 오롯이 나의 순간의 가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방금 내가 한 그 결정은 어디에 가치를 둔 결정이었나?’
그리고 그런 결정(나의 가치를 확인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쌓여서 나라는 사람이 형성되어간다.

일상의 사소하고 작은 결정에는 나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비교적 적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유행, 압박, 환상, 허황된 희망, 사회적 이슈,,,
이런 주변 것들에 휘둘릴 일 없이 오롯이 내 내면에서 판단이 내려지고 행동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그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그래서 그건, 쓸데없는 불순물을 걷어내고 난 나의 진짜 모습에 좀 더 가깝다.

반면 큰 결정은, 의외로 그 안에 “내”가 별로 없다.
큰 결정에는 나 이외의 것들이 많이 작용한다.
진학, 취업, 이직, 해외 진출, 이사, 각종 프로젝트,,,
이럴때는 압박 또는 환상에 휩싸여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주변의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먼 미래에 대한 환상, 주변 사람들과의 이해관계,,,
이때는 내 내면의 가치와 기준이 들어설 공간이 사실 그리 크지 않더라.
그래서, 난, 이런 큰 결정은 오히려 쉽게 내려버린다.
그 큰 결정 자체가, 사실 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거든.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그것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가진 않는다.

반면, 일상의 수많은 작은 결정들은,
외부의 요인보다는, 내 내면의 가치/기준에 의해 결정되어 나타나는 그 행동들은,
나의 내면의 모습을 좀 더 정직하게 드러내 주는 그 모습들은,
하나씩 하나씩 쌓여 나를 형성해 간다.
이것이 작고 사소한 결정이 주는 무게감이다.

나의 삶을 지탱해가는 것은, 매 순간의 작은 결정과 실제의 삶이다.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은, 이력서에 가장 적고 싶은 그것이다. 그리고, 많이 고민해서 내린 큰 결정들이다.

하지만, 내 내면의 가치/기준으로 큰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온다.
난 그것을 “결단"이라 부르고 싶다.
결단은, 그냥 마음을 먹는 게 아니다. 그냥 마음을 굳게 먹는 게 아니다.
주변의 큰 상황들이 이것을 어렵게 하긴 하지만,
큰 상황 앞에서,
매 순간의 작은 결정을 내릴 때처럼,
주변의 불순물(압박, 환상)을 걷어내고, 내 내면의 가치와 기준에 더 집중해서
맑은 정신으로 늘 가던 길을 그대로 가는 것.
그것이 결단이다.

큰 상황 때문에 눈이 가려져서 내 내면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생겨나면서 헷갈릴 때는, 처음 마음을 떠올려보자.
처음의 마음이 좀 더 진심에 가까운 것 같더라.
그때가 지금보다 불순물이 덜 끼어 있었을 테니까.

젊은이의 눈을 유지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책에서 발견한 표현 한다는 것.
지금보다 더 어렸을 그때. 어쩌면 그때가 정신이 가장 맑은 때가 아니었나 싶다.
불순물(압박, 환상)이 비교적 덜 끼어 있던 그때.
이해관계, 득실관계보단, 가치와 기준이 좀 더 중요했을 그때.
그때의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여전히 내 내면에 있는 가치와 기준을 중심에 놓고 살아간다는 게 아닐까?

시끄럽고 복잡한 소음들은 쏵ㅡ 걷어내고.
단순함을 유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