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엠티 오랜만이다

# 청소년부 교사 엠티

상수동에서 좀 일찍 퇴근해서 강화도로 갔다. 신덕수양관에 도착하니 한쪽에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기구나. 불판 위엔 이미 고기가 올라가 있다. 양손에 콩나물과 상추쌈, 계란 한판을 들고 나타난 나를 다들 반겨준다. 조금씩 챙겨온 재료로 테이블이 풍성해졌다. 장작불의 연기를 머금은 고기로 우리는 마음까지 풍성해졌다. 거기에 계란찜, 콩나물 무침, 볶음밥, 비빔면이 더해진다.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공동체를 하나로 만드는 건 역시 밥상이다.

이젠 불멍의 시간. 타오르는 불을 보며 둘러 앉았다. 불 위로 날리는 잿가루(?)조차 예쁘다. 선선한 날씨까지. 이런 감성 오랜만이다. 갑자기 시작된 즉흥 음악회. 음악에 맞춰 함께 고백했던 ‘주께 가까이 날 이끄소서’. 이 공간과 소리와 옆에 앉은 사람들, 이 모든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걸 기획하고 연출하신 분은 하나님이겠지.

장소를 옮겨 기도회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젬베 소리로 내가 좋아하는 찬양을 하며 기쁘게 예배했다.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찬양하고 기도했다. 내가 기뻐한 것 이상으로 하나님도 기뻐하셨겠지? 예배의 열기에 피곤함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함께 하는 기도는 나의 기도에 힘을 더해 주었다. 이게 동역자구나. 하나됨의 힘이구나.

예배당에 방석을 놓고 그 위에 이불을 깔았다. 이렇게 자는게 얼마만이지? 다들 옛날 추억을 얘기하며 바닥에 누웠다. 중간 몇번 깬 듯 싶었는데 알람이 울렸다. 7시다. 맞다, 수민샘이랑 마니산 올라가기로 했지. 정상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슨 마음으로 끝까지 올라갔을까? 정상에서 본 서해 바다도 좋았고, 오고 가며 나눈 대화도 좋았다.

오전 조별 활동 시간이다. 이번 엠티의 목적을 생각했다. 힐링, 나눔, 하나됨. 무슨 프로그램을 할 필요가 없었다. 뭘 하든, 지금 이 분위기보다 좋을 수 있을까?
“오전 프로그램을 안내하겠습니다. … 오늘 오전은, 자유시간 입니다.”
어제부터 하나님이 연출해 가시는 흐름을 그냥 이어갔다. 얼마나 좋아~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ㅎㅎ 이런 자연스러움, 좋다.

아구찜을 먹고 기독교역사기념관으로 갔다. 해설자로 투입된 목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밋밋할뻔한 견학이었는데, 기대감 1도 없었는데, 그래서 더 알차게 느껴졌었나? ㅎㅎ

약간 이색적었던 찻집 ‘실크로드’에서 밀크티를 마시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딱 적당하게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엠티 오랜만이다.


이런 감성도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