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기

“나 멋있어 보이지? 너도 나처럼 멋있게 살 수 있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왔을까?

나처럼 살라는 말은 나를 닮으라는 말이 아니다.
나처럼, 너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조르바를 닮아서, 나답게 살자.

나도 29살 때 참 막막했던 것 같다.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나를 보면 초라하고, 또래 친구들은 펄펄 날아다니고. 쟤네들은 뭘 했길래 저 나이에 저걸 이뤄냈지? 찌질한 내 모습과 비교가 되는데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참 막막했던 스물아홉 살. 오늘 스물아홉 살 친구랑 얘기 나누면서 나의 스물아홉 때가 생각났다.

타고난 재능, 물려받은 재능으로 활개 치는 건 20대까지인 것 같다. 잘하면 30대까지도 통할 수 있다. 근데 사람 인생이란 게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더라. 살다 보면 산전수전을 겪게 되고 그러면서 깎이고 다듬어진다. 40년을 살면서 산전수전을 겪지 않으면 그게 더 위험하다. 그런 연습 없이, 폭풍 속을 지나야 할 40대 이후를 어떻게 보내려고. 그래서 어려움은 선물이다.

40대가 되면 타고난 재능, 물려받은 재능의 힘은 약해진다. 40년을 살면서 단련된 내공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의 삶을 끌고 가는 건 단단한 내면이다. 타고난 재능, 물려받은 재능은 오히려 독일 수 있다. 나만의 내면을 단련하고 나를 발견할 기회를 못 보게 할 수 있으므로. 부족함, 연약함이 오히려 축복이다. 그 약함이 나를 더 깊이 돌아보게 해 주니까. 약함이 강함이다. 연약함이 나만의 빛을 발화시킨다.

누구를 부러워할 필요도,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나의 내공은 나만의 고유한 빛이거든. 가느다란 빛 한줄기라도 발할 수 있으면 내 길을 만들 수 있다. 이 넓은 세상에 내 갈 길 하나 없겠나. 내 실력이 허접하다면, 가진 게 허접하다면, 허접한 채로 허접하게 살면 된다. 부족하다면 부족하게 살면 된다. 그게 나의 길이라면 그렇게 살면 그만이지. 희미한 빛 한줄기를 발산하는 삶이면 좋고, 그 빛으로 한두 명을 비춰줄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삶이겠다.

* 저 사진은, 29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