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

“아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지안이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고 묻는다.
알지. 당연히 알지.

해마다 4월 16일이면 지안이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이야기 했었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 바깥에 있었는데, 지안이가 전화해서 먼저 4월 16일을 이야기 한다.

“지안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구나. 앞으로도 잊지말자”
“응~”

기억은 과거가 아니다. 미래다.
기억은 내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는 미래로 이어진다. 그래서 기억은 살아있다. 없어지지 않고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

기억의 힘을 믿는다.





기억한다는 건. 기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또 기뻐하고, 슬픈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또 슬퍼하는 거다.

굳이? 왜? 왜 옛날 일을 다시 소환해 내서 슬픔에 잠겨야 하지? 이미 다 지난 일을.

그게 기억이다. 굳이 끄집어내서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는 거. 굳이 또 그때를 소환해 내서 눈물을 흘리는 거. 그렇게 할 때 그 기억은 살아서 오늘에 영향을 준다. 그게 세상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과거의 일을 옛날 일로 묻어두지 않고 오늘로 이어가야 한다. 기억할 때 그 사건은 이야기가 되고, 내 삶은 그 이야기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매번 똑같은 것을 반복하며 사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