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시꺼먼 흑인 무리에게 차에 실려 이상한 곳에 끌려가 보기도 했고,
카메라를 훔쳐간 녀석들을 찾아가 도둑맞은 내 카메라를 찾아오기도 했었다.
여러 일을 겪었지만, 사람이 무섭지는 않았다.
진짜 무서웠을 때가 있었는데, 밤에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다.
해 질 무렵,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며 그냥 걷고 있었는데 날은 금방 어두워졌고 주위를 둘러보니 깜깜한 숲 속이었다.

왼쪽으로 갔다. 한참을 걸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다시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헤매다가 저 멀리 잠깐 반짝거렸다가 사라지는 빛을 봤다.

‘아ㅡ 저기 사람이 있겠구나!’

하지만 나무/수풀에 가려 그 빛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빛이 보였던 그 방향을 기억하며 계속 걸었다.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나? 싶을 때면 다시 그 빛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빛이 가끔 나타나 반짝이는 그때, 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이 방향으로 계속 가자!’
얼마나 걸었을까? 외딴집 하나가 나타났고, 그 집에 있던 이들이 마을이 있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이미 10여년이 지났지만, 이때의 이미지는 지금도 선명하다
우리는 종종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을 걸어간다.
아무리 둘러봐도 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는 예전에 봤었던 그 빛을 기억하며,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 빛에 닿을 테니까.

2014년 4월 16일은 내가 바라보는 또 하나의 빛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일은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그때 그 아이들의 죽음은 한 알의 밀알이 되었고 새로운 빛을 탄생시켰다.
해마다 4월이 되면 그 빛이 나타나 깜빡인다.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