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수학이 필요한 순간

수학적 사고.

이 말을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생각(思考)을 수학적으로 한다는 말이다.
“생각"이라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고, 그걸 수학적으로 한다는 건 그냥 생각의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근데 “수학적 사고"라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 편한 말은 아니다. 그건, “사고” 앞에 붙은 “수학적"이라는 말 때문이다. “수학"이란 존재가 편하지 않기 때문에, “수학적 사고"라는 말도 괜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학의 난해함 대신 사고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누구나 늘 하는 생각, 그 생각을 수학적으로 한다는 것. 그건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숫자 없이 수학을 얘기하고 있다. 어려운 수학 이론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이론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수학의 주요한 발견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에서 직면하는 많은 문제도 수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겨나게 하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수학적 지식을 쌓는 것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므로) 책의 내용을 요약한다기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를 메모하는 차원에서, 책을 덮고 난 후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들을 기록해본다.

이 글을 다 쓰고 보니 어디까지가 책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내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굳이 그런 구분은 하지 않으련다.ㅎㅎ 어찌 됐건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내 것이 되었으므로.

수학이란?

‘x는 무엇인가?’
이런 류의 질문은 참 어렵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수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주 다양한 관점으로 답을 해 나가고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대답이 바로 이것이다.

수학은,
굉장히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고
그 문제를 바꿔가며
점차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

이다.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적당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문의 발전은 문제에서 시작된다. 문제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학문의 발전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걸 거창하게 ‘학문’의 발전과정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그냥 내 일상의 문제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의문을 제기해보자.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우리 삶에 문제는 너무 많다. 즉, 변화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2018년, 난 나의 직업적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세상의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하는 사람.
그 후 나의 초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맞춰줬다. 내가 일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 문제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학이 진보하는 과정

이 책에 의하면 수학이 진보하는 과정은,

어렴풋이 들어오는 직관
⇢ 수학적 사고
⇢ 수학을 이용해서 개념들을 정리
⇢ 더 높은 경지의 새로운 의문점 제시
⇢ (또다시) 어렴풋이 들어오는 직관…

이 과정을 반복하며 수학은 점점 진보하고 있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굉장히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고 난해한 문제를 점차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난해한 질문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불려오기 마련인데, 거기서 실마리가 나온단다.

불가능해 보일 때

문제를 찾긴 했는데 너무 막막하고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 모든 가능성이 다 불가능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불가능성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다. 각 가능성 마다 서로 다른 제약 조건을 가지고 있다. 불가능한 지점을 정의하고, 그 불가능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난제에 제약조건을 추가해보면서 문제를 조금씩 바꿔 가보자. 아마 처음 발견했던 문제보다는 좀 더 구체화 되어 있을 것이다.

이걸 아주 잘했던 한 동료가 있었다.
그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로 문을 연다.
“~~~ 이런 기능 가능해?”
“안 돼요”
“왜 안돼?”
“이러이러해서 안 돼요. 블라블라~~”
그러면 그는 불가능하게 만드는 변수들을 뽑아내어 x축 y축에 하나씩 써넣는다. 그러면 각 변수에 의해 여러 가능성이 만들어지는데, 각각의 케이스에 대해 다시 질문은 한다.
“이런 경우는 어때? 이런 경우는?”
그러면 나의 대답은 훨씬 구체적으로 변한다.
“아ㅡ 이러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마리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를 관찰해보면, 그는 마주한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가능성을 결정짓는 변수를 찾아내어 x축 y축에 그려 넣고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참조: 위키피디아) 도표를 만든다.
(언젠가 아들 학교 문제에 대해 이 도표를 만들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ㅎㅎ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ㅋㅋ)

여기서 말하는 수학적 사고의 표상이라 할 수 있겠다 ㅎㅎ

직관을 믿자

공리(axiom) - 수학의 이론체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명제를 공리라고 한다. 주로 이전 시대의 수학자들이 밝혀 놓아서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는 원리이다. 그래서 이것을 기본적인 가정으로 두고 추론을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수학적 이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조건, 가정에 의해 미리 공리를 정해놓고 거기서부터 추론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때는 논리보다 직관이 작용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이렇게 탄생하였다.

이런 경우는,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보다 어떤 공리로 시작해서 이론을 전개하느냐가 더 큰 관심사이다. 이때 ‘어떤 공리로 시작해야 하나?‘라고 질문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좋은 질문인지 판단하는 한 가지 근거는 “자연스러움"이란다. (이전에 썼던 글 제목: 자연스러움이 떠올랐다! ㅎㅎ) 수학자들은 대단히 정교하고 빈틈없이 논리를 전개해나갈 것 같지만, 그 시작은 오히려 직관/느낌에 가깝다.

사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다. 난 종종, 미리 답을 정해놓고 그것이 답이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경우가 많다.

난, 이 세상에 있는 많은 기업이 선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유익을 주고 이 세상을 유지해 주는,
이 세상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개개인의 능력들이, 한곳에 고여있지 않고 그것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래서 이 세상의 균형을 맞춰주고,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동고동락 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존재…
물론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기업도 많이 있지만, 본래는 선한 존재라 생각한다.
이 역시도 근거 없는 답안이고, 계속해서 그것이 답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 2009년에 썼던 일기 중 –

학문은 진리를 근사해가는 과정

수학의 확실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학문은 진리를 근사해가는 과정이란다.
또다시 이전에 썼던 글이 떠오른다.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는 곳에서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하자.

– 2021년 11월 30일에 쓴 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방법 중 –

실패가 중요한 이유

학문이 발전하는 과정은 이렇다.

  1. 반복적인 패턴을 관찰한다.
  2. 패턴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3.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실험하는 과정에서 여러 input을 넣어볼 텐데, 이때 No라는 답을 받음으로써 실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수학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Yes라는 답을 받고자 실험을 계속 시도하는데, 계속 성공만 하면 오류를 범하게 된다. 실험에서 틀리기 싫어서 계속 Yes라는 답을 얻어내려고 하고, 결국 결론에서 틀리게 된다. 안 맞는 걸 자꾸 만들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실패를 통해 실제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의 모습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 - 실패가 주는 선물이다. 실제의 모습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실패"를 통해서이다. 내 삶에 성공만 반복된다면, 어쩌면 실제 모습과 다른 붕 떠 있는 삶일 수 있다.

그래서 수학이란?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다.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려고 할 때, 그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라 할 수 있겠다.

다른 대답

책에 나오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까이 지내던 한 수학 선생님이 식사중 이런 얘기를 하셨다.
“수학은 알고 있는 답을 활용해 모르는 답을 찾아가는 학문이에요”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TMI 오늘 지안이와 같이 이 책에서 애기한 방식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같이 증명해 보았다. 증명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기본적인 공리를 얘기해주며 질문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결국 a² + b² = c² 에 도달했다. (아ㅡ 실전은 어려워 ㅠ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