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친구들

요즘 내 교회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번에 처음 해보는 어린이 부서 교사다. 게다가 1학년. ㅡ,.ㅡ;;
나처럼 애들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린이 교사?
한 달이 넘도록 어린이부서 교사 모집 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내 마음에 이상한 부담감/책임감이 느껴져 교사로 지원했다. 그냥 심부름꾼이나 하지머..란 생각으로.
근데, 나에게, 1학년 반이 맡겨졌다. 그 소식을 듣던 날, 체해서 오후 내내 드러누웠다.(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한다.)

처음 1,2학년 예배장소에 갔을 때.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이게 뭔가’ 싶었다. 난 어디? 여긴 누구?
왜 쓸데없이 안 받아도 되는 부담감을 가져서. 그런 거 좀 덜 받아도 될 텐데..
몇 주 동안은,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처음 결심할 때의 마음과는 다르게 후회가 밀려왔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다.
“도망가지만 말자” 이것이 내 다짐이었다.
여름성경학교 준비도 시작됐다. 여전히 내 다짐은 “도망가지만 말자"다.


보조 교사 인턴(?) 시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혼자 반을 맡았던 지난주, 예배 끝나고 집에 가는데 애들이 나한테 간식을 달라고 하더라.
엥? 오늘은 간식 없는데??
오늘은 간식이 없다고 했는데, 아니란다. 간식 있단다.
내가 전달을 못 받았나? 행정팀 선생님께도 물어봤는데, 역시 없었다.
그래도 애들이 우긴다. “간식 있어요. 저기 봐봐요”
“아~ 저건 저 반 선생님께서 따로 준비해 오신거야~”
그러자 한 아이가 날 당황스럽게 한다.
“선생님도 준비해오면 되잖아요!”
ㅋㅋ 아ㅡ 고등부 애들이랑 다르구나~ ㅋ

맞다. 이 애들한테 간식을 누가 준비해오는 게 뭐가 중요해? 내 손에 간식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가 중요하지! 너무 멋진 자기 인식이다!!
그래서 어젠 집에 있던 m&n 초콜릿 한 봉지씩 가져가서 예배 끝날 때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러자 지난주 나보고 간식을 준비해 오라고 했던 그 아이가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얘기한다.
“선생님 전 사실 젤리를 좋아해요”
와~ 너무 멋진 자기 인식이다!!

오늘 아침 샤워하면서 그 아이와 처음 만났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아이는 1,2학년 예배실에 처음와서 멀뚱멀뚱 서 있던 나에게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젤리 하나를 내 손에 불쑥 지어주었던 아이다.

이 글을 쓰는데, 눈이 시큰거리네.
8살 친구들이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