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의 생각

이제 이틀후면 한국을 떠난다. 그리고 중국으로 간다. 언제까지 중국에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계획이 없다 ㅎ 3주전에 대부분의 짐을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고, 엊그제 나머지 짐을 EMS로 보냈다. 이제 비행기 타고 출국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 한달은 중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일을 하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무직” 상태로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지안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묵상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한달동안 내 머리속에서 지나쳤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기록해 본다.

  1. input은 내가 하는 것. output은 신의 영역.
    신의 영역을 넘보지 말자.

  2. 테크니컬 리더가 된다는 말의 의미는, 높은 기술력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도 재미가 있지만,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실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더 쏠쏠할 것이란 안영회님의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난 테크니컬 리더가 되면 기술력이 줄어들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다.
    그 마음을 잘 살펴보니, 그 이면에는 내가 본받고 따르고 싶은 테크니컬 리더의 모델이 없어서인 것 같았다.
    구병국 교수님, 백승훈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며 이분들이 정말 테크니컬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을 보면서 이런 리더가 되는 것도 참 재밌고 가슴뛰는 일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테크니컬 리더는,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테크니컬 리더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테크니컬 리더가 되어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

  3. IT가 가진 큰 힘 중의 하나는, 소수만이 누려왔던 그 무언가를 이 세상 전체에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참 많은 것들이 이 세상에 흘러가지 않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점유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싸악 흐트려버리고 싶다.
    어떤 좋은 것이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도록 만드는 한가지 생각이다.

  4.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있고 멋있게, 대단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하나님은 이 세상 전체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계신다.
    나의 작음을. 하나님의 크심을 잊지 말자.

  5. 지난 주일날 지원 차장님 가족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지원 차장님의 딸 재현이는 2013년 4월생. 지안이와 16개월 차이다.
    지금 지안이는 16 개월. 재현이가 지안이보다 딱 2배 더 살았네.
    재현이는 말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고, 고깃집에서 혼자 놀게 내버려두어도(?) 덜 위험해 보였다. 그리고 심지어 교회에서 배운 율동을 혼자서 하더라. 와!!
    32개월 쯤 되면 재현이 정도 되나 보다. ^^
    인생을 먼저 살아가는 선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삶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6. 어제밤에 불 끄고 이불속에 누워서 아내와 이런 대화를 했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고.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냥 온전히 사랑하는 것. 지안이를 통해 그것을 경험하는 것 같다.
    미운짓을 하기도 하고, 지저분하고 더러울때도 있고, 내가 힘들고 아플때도 있지만. 지안이가 달려오면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지안이를 번쩍 안아든다.
    장지안이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통째로 사랑하는 것 같다.
    며칠전 일기에서, 하나님은 왜 자녀 양육에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만 하도록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썼었는데,
    이런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7.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눌때, 머리속에 떠오르는 몇가지의 생각을 골라 해석을 한 후에 이야기를 하게 된다.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필터링되는 내용, 해석되는 내용이 다르다.
    여러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참 여러 모습이겠구나.
    내가 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겠구나.
    내가 보는 그 모습이 상대방의 극히 일부분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이 사실을 간과한다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겠구나.
    상대방에 대한 나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한 줄이도록(없.애.도.록.) 노력하자.

  8. 이번달에 안영회님을 만나 내가 고민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조언을 듣는 멘토링의 시간을 가졌다.
    많은 고민들이 정리되고 앞으로의 하게 될 일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안영회님께 감사인사를 드리는데 이런 대답을 하셨다.
    이렇게 멘토링을 한 시간이 오히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 되고, 누군가에게 말함으로써 머리속의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의 중심 가치들이 더 확고해 진다고.
    아. 안영회님을 통해 또 한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누군가와 진실된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 자체가 그 사람을 위한 일이고 또 나 자신을 위한 일인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니.
    함께 있는 그 시간을 진실되게 보내는 것.
    그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9. 요즘, 순간의 상황에 반응하지 말고 총체적인 해석을 한 후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 한 후에 반응을 하는 것을 훈련하고 있다.
    내 삶에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10. 내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분명한 한가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최선을 다해 지안이와 노는 것이다.
    지안이와 엄청난 활동을 하면서 재밌게 놀고 나면 우선 내 기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지안이가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아내가 쉴 수 있다.
    그날 밤에는 지안이가 금방 골아 떨어져서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잔다.
    그날 밤 이불속에서 아내와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엄청 풍요롭다. 행복하다.
    이건 정말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한 일이다.

  11. **“할까 말까 할때는 하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이번달에 많은 것을 한 것 같다.
    망설이지 않고 행동에 옮긴 결과, 회고를 통한 배움과 성장이 남았다.

  12. 나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랜드 시스템스의 AA팀에 들어가 재밌게 개발을 한 것
    => 환경의 변화에 나 자신도 변화를 당한 것이다.
  • AA팀 팀장을 맡게 되고 관리일을 하게 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
    => 환경의 변화에 나 자신도 변화를 당한 것이다.
  • 내가 좋아하는 개발을 맘껏 할 수 있는 퍼플웍스로 이직한 것
    => 하고싶은 일을 찾아 움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 상황에서의 “도피"였다.
    => 결국 환경의 변화에 나 자신도 변화를 당한 것이다.
  • 퍼플웍스에서의 재밌난 개발생활
    => ‘난 그냥 개발만 할래~ 내 꿈은 아프리카 해변가에서 노트북 열고 코딩하는 것. 난 죽을때까지 개발할꺼야~’
    => 생각해보니 이 또한 도피자의 삶이었다. 동굴 속에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개발만 하고 살아가는 삶
    => 결국 환경의 변화에 나 자신도 변화를 당한 것이다.

이제 동굴 속에서 걸어나오자. 어짜피 변할거 나 스스로 변화하자!

아. 이쯤 되니까 생각을 쥐어 짜는 것 같다. 그만하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