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걸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사랑은 항상 날 향하고 있었다는걸
고마워요 그 사랑을 가르쳐준 당신께 주께서 허락하신 당신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더욱 섬기며 이젠 나도 세상에 전하리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그리고 그 사랑전하기 위해
주께서 택하시고 이 땅에 심으셨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또, 이 찬양을 부르는데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린이 부서 예배시간, 꼬맹이들 틈 속에서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마음 한켠이 따뜻해져 왔다.

어릴 때 1,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다. 떠나기 마지막 주일 저녁 예배시간, 우리 가족은 늘 이 찬양으로 특송을 했다. 그러니까 나에겐 이별송인 셈이다. 시골 마을의 예배당에서 이 찬양으로 작별 인사를 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었는데, 이런 자리가 반복되면서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이제야 그 눈물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좋았던 기억은 점점 커지고 안 좋았던 기억은 점점 작아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것만 기억에 남는다. 그 좋음은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 좋음은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걸 더 알아가는 거다. 그걸 알게 해 주는 건 사람이다. 내가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은, 남들보다 더 많은 사람과 이웃으로 지낼 수 있었단 거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걸 알게 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거다.

7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며 많은 이들을 떠나 보냈다. 그곳에선 많은 관계가 떠남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늘 이별을 생각하고 만나는 건 아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웃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이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들과의 관계가 여기서 끝나진 않겠지. 또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났을 그땐 지금과 같을 수가 없다. 다른 관계가 만들어진다.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자. 이 시간, 이 사람들, 이 공간, 이 분위기, 이 느낌을 마음 다해 사랑하자.

어떤 삶이 풍요로운 삶일까?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삶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떠올릴 사람이 있다면. 재잘재잘 떠들며 걸어가는 고딩들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에 지난 추억을 소환해 낼 수 있다면. 어딘지 모를 곳에서 흘러온 냄새에 과거의 어느 거리가 생각난다면. 그 삶은 참 풍성할 것 같다. 좋은 추억에는 사람이 얽혀있다. 함께 했던 사람이 있음으로 그 시공간이 통째로 아름답게 보관된다.

우리 삶은 사람을 통해 차가워지고, 사람을 통해 따뜻해진다. 내 삶에, 행복에, 삶의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시간, 에너지, 계획에는 ‘사람’이 빠져있다. 삶을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한 가지 방법은 내 삶에 적극적으로 사람을 개입시키는 거다. 돈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난 연봉이 반 토막 이상으로 잘려나가도 봤고, 2배 이상으로 뛰어올라 보기도 했다. 근데, 그 돈이 내 삶을 바꾸진 못하더라. 나의 기억에는, 얼마를 벌었는지보다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기억에 남아 있더라. 우리 삶의 행복은 결국 ‘어떤 기억을 남기느냐?’인 것 같다. 기억 속에 따뜻함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때 행복하고 풍성한 삶이 되는 것 같다.

벌써 추워졌다. 괜히 연말 분위기다. 벌써부터 내년 계획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2024년은 어떨 것 같아?’ 즉흥적으로 한 나의 대답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그런 거창한 꿈이 있는 건 아니다. 나를 통해 누군가가 조금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약간의 여유가 만들어진다면, 빡빡한 삶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건 일방적이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교감을 통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주는 만큼 채워진다는 것을 알기에. 많이 주는 만큼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게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기에.

우리 모두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걸 알게 해 주는 사람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이 세상도 살 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