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배움

“세상이 이렇게 될 줄 알았었나?”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랑 대화하다가, 고민을 토로하는 그에게 한 말이다.
맞다.
그때는, 어른이 된 우리가 맞이할 세상이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꽤 쌓였고 30대 초반에 회사도 세워, 한때 올해의 스타트업 top 10에 꼽히기도 했었다. 지금은 대기업에서 수십명을 이끄는 부서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불안을 느끼며 뭔가 더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느끼더라.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책으로 시작하면 되냐고 나한테 묻기도 하고.
“야ㅡ 그렇게 해서 언제 배우려고…?”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건 30대까지인 것 같다. 40 이후에도 그걸 우려먹으며 살려고 하면 힘들어진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지식의 유효기간은 너무 짧고.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은 계속 나타난다. 나의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니가 잘하는 게 있잖아. 거기가 시작점이 되어야지”

새로운 걸 공부해보고 싶지만, 어른이 되어서 하는 공부는 학교에서 하던 공부랑은 다르다. 커리큘럼도 없고, 정답도 없고, 선생님도 없다. 그래서 성공사례(Best Practice)를 찾지만, 그건 그의 방식이지 나의 방식이 아니다. 누군가의 성공사례를 따라하는거, 여전히 첫번째 공부 방식이다. 실행해보고 억지로라도 굴러가면 그게 나의 방식이 되는 거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워야 하나?
어디 좋은 과외 선생님 없나?

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내 옆에 있는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그를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삶의 전 영역에서 이웃이 되어 살아가려고 할 때. 그가 나의 선생이 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던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두 번째 배움의 시작이다.

또,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