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것을 안전하게 하기

2016년 안영회님이 “아기발걸음(Baby Step)“을 얘기 했을 때는 ‘그냥 좋은 말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일주일 단위로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 안에서 4년을 보냈지만 그게 내 삶에 체화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2020년 XP 책을 다시 읽고 눈이 번쩍 떠졌다. 내 삶의 지침서로 받아들이고 진짜 이렇게 살아보려고 했다.

그때부터 내 삶의 주기를 일주일로 두고, 일주일 마다 변화를 만들어보려고 했었다.
처음으로 기타 연습을 시작했고, 아프리카 여행 추억팔이 용으로만 가지고 있던 젬베를 들고 교회 찬양팀에 들어가 다른 세션들이랑 맞춰보기 시작했다. 중국 회사에 매주 몇 번씩 면접을 보러 다니며 생존 중국어가 아닌 “진짜 생존법”을 익혔고, 어릴때 꿈으로만 가지고 있던 일을 시작했다. 희미해져서 기억도 안 나던 그 꿈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고 있다.

“큰 결정”이란건 없다.
자잘한 결정이 쌓이는 것이다.
“큰 변화” 같은 거도 없다.
어제와 오늘의 작은 차이가 쌓여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우리 삶은 순간의 연속이며, 순간의 변화는 미미하다. 하지만 많은 순간이 모여 만들어낸 변화는 크다.

위험해 보이는 일을 1/100, 1/1000로 쪼개어 딱 그 한 칸씩만 움직여보자.
그 한 칸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내가 느낄만한 변화가 있어야 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내 삶에서 일주일 또는 한 달 정도 망한다고 내 삶 전체가 망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는 모두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수많은 시도 끝에 두 발로 걷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삶을 시작하는 많은 한 살배기 아이들이 계속 넘어지며 그 도전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 벽을 뛰어넘어 이제는 뛰어다니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아기발걸음은 우리 모두가 이미 체득한 방식이고, 그 방식으로 위험한 일 앞에서도 안전한 한발을 내디뎌 볼 수 있다. 넘어져도 큰일 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아기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이전에는 엄두도 안 나던 뭔가를 신나게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