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하지 않기

“선택과 집중”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식상해질 정도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너도나도 또 이 식상한 단어를 꺼내면서 *딴짓금지*를 강요한다. 이쯤 되면 괜한 반발심까지 든다. ㅋ

선택에 대해

1안이냐? 2안이냐?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해보지 않은 두 갈래길 중 하나를 고르는 건 도박에 가깝다.
결정을 요구받은 그는 엄청 고민하는 척, 고민 코스프레 ㅋ 후에 하나를 결정한다. 그리곤 그 길을 밀어붙힌다. 당연히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사실 그가 가야 할 길은 1안도 2안도 아니었거든. 그가 가야 할 길은 그 두 갈래길의 중간 어디쯤이었거든.

선택의 부담감에 내가 가야 할 길을 놓치고, 길을 잃고 헤매고 만다.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탓하며, 애초에 이 난감한 상황을 만든 현실에 책임을 돌린다. 이래선 더 나아지지 않는다. 영원히 제자리걸음이다.

불안한 마음에 준비한 플랜B도 답은 아니다. 플랜B는 첫 번째 결정에 여지를 남긴다. 오히려 역효과…
‘이거 실패해도 돼. 나에겐 대안이 있으니까’ ⇒ 둘 다 실패다.
차라리,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게 낫다. 의미 없는 고민의 시간을 줄이고 미련없이 선택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니까.

오늘 나는 1,2안 중 하나를 선택하길 강요받았다.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그 순간, 잘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건 도박에 가까워요. 지금 해야 할 건, 우리에게 맞는 적정선을 찾는 건데,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그 지점을 찾아볼게요”

집중에 대해

집중은 또 다른 가능성을 차단한다.
성장의 가장 빠른 방법은 실행과 피드백인데, 집중의 대상에서 탈락된 그 부분은 성장할 기회가 사라진다.
결국 몇 가지 선택된 부분의 근육만 거대하고 다른 부분은 약골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고 만다. 물론 나한테 정말 필요한 것에 집중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성장시키면 참 좋겠으나, 많은 경우 집중할 대상을 강요받는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그것에 집중하길 강요받으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약골의 모습이다. 진짜로 집중해야 할 것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했을 때, 스킬은 점점 늘어나지만 정작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2020년, 나의 모토는 “전부 다 하자” 였다.
나한테 주어진 건 전부 다 한다ㅡ
거기엔 남편의 역할, 아빠의 역할, 회사/교회에서의 역할, 나 자신의 역할.
이런 걸 다 포함한 것이다.
누군가의 요구를 거르지 말고 다 해보자.
물론 다 잘 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서 을 빼내면 된다.
잘할 생각만 버리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집중하지 않고 살면서, 비로소 내가 진짜로 집중해야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방식 찾기

정답이라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어쩌면 구시대의 산물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면, 어떻게 “지금”, “나” 에게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나는 모른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하겠다.
그리고, 그럼에도 한 발 나가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여기에 더해서, 문제를 온전히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걸 해결해야 할 주체는 바로 나.
온전히 나의 문제가 되었을 때, 모호함은 많이 사라진다.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세상이 정한 답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이 필요하다.

베스트프랙티스Best Practice 교과서, 책, 답안지
이런걸 따라 하는 것의 문제는, 거기엔 ”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뭔가를 실행할 때 그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나” 자신인데, 나를 고려하지 않은 선택은 당연히 틀리지 않을까?
어떤 일을 실행할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나”라면, 나를 잘 알고 나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만 있어도, 어울리지 않는 성공사례를 따라가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

선택과 집중.
따라가야 할 모델이 명확할 때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몇가지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는 상황에서, 영향을 주는 변수가 적고 각 케이스의 장단점이 이미 명확히 밝혀진 상황에서, 그럴 땐 꽤 유용한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

작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무역개발회회(UNCTAD) 본부에서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그것의 다른 의미는 **따라 할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이젠 우리가 갈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 최초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이런 혼란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새마을운동을 그리워하며 그것을 다시 끄집어내는 이들이 있다.
새마을운동의 추억을 되살리려고, 우리나라를 다시 이전으로 돌릴 셈인가?
(진짜로 그러는 것 같다 ㅡ,.ㅡ;;)

나도, 너도, 우리 나라도,
나만의 방식을 잘 찾아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