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 리뷰 - 《한강》

이 책은, 1960년 즈음부터 1980년까지 20여 년의 긴 이야기를 쓴 책이다.
《아리랑》, 《태백산맥》에 이어 조정래의 또 하나의 대작이다.
저 두 개의 소설과 비교되는 점은,
《한강》에선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기보다, 이야기의 줄기를 만들어가는 건 시대의 흐름이었고(그래서 제목을 ‘한강’으로 지었나?), 주인공들은 휙휙 뒤바뀌는 시대를 끈질기게 살아갈 뿐이었다.
교과서에서 한 줄짜리 사건으로 쓱 보고 지나갔던 일들이 실제 그때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 세상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명 한 명의 삶이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 한 명 한 명의 삶은 경중을 따질 수 없고, 모두가 다 고귀하다.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는 이 세상 전체만큼이나 거대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사건은 배경이었고, 그 사건을 관통해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복잡한 시대 상황 속에서 꿋꿋이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또 복잡한 시대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또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우리 삶은 이 세상과 뗄레야 뗄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
모두가 이웃이다.

역사는 긴긴 시간을 흘러가는 거여서 특정 시대의 모습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 앞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그리고 그 앞의 이야기, 또 그 앞의 이야기… 이렇게 흘러가는 이야기로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는 이 전의 이야기인 《태백산맥》, 또 그 전 이야기인 《아리랑》과도 이어진다. 그렇게 보면 조정래씨는 우리나라 100여 년의 이야기를 32권의 소설로 써 내려간 것이다.

긴 이야기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에 이런 구도가 보였다.

  • 지독할 정도로 악한 나쁜 놈들: 자손 대대로 호사를 누리고 산다
  • 정의를 따라 사는 사람들: 자손 대대로 가난과 고통에 시달린다
  • 대부분 사람들: 이 양극단 사이에서 이쪽저쪽을 넘나들며 살아간다. 휙휙 바뀌는 시대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도 이들이다. 나 역시도, 저 중간 어디쯤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아ㅡ 세상이 정녕 이렇단 말인가?
가능성이 절대 없어 보이는 이 세상.
이 세상만 쳐다보고 있으면 희망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복음’이 필요하다.
복음을 들고 다시 세상으로 들어가 세상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