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

엊그제 지안이와의 대화:

“지안이는 돈이 많은게 좋아 적은게 좋아?”
“그냥 보통인게 좋아”
“그럼 돈이 많은게 좋아 보통인게 좋아?”
“보통인게 좋아”
“지금 우리는 돈이 많아 아님 보통이야?”
“보통이야”

늘 지금처럼 자족하며 살자.


이 대화의 배경

이빨 교정 시작

지안이 이빨이 고르지 않아서 이빨교정전문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고 교정을 시작했다. 지안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다가 나도 검사를 한번 해보게 되었고, 지안이 구강 구조가 나를 꼭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이빨도 엉망이라는 얘기. 지금까지 덧니와 함께 살아왔는데, 더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은 정말 1도 없고. 외모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 두면 잇몸이 많이 약해질 것이고, 나중에 이빨때문에 고생을 할꺼란다. 이미 덧니 사이에 있던 이빨에 충치치료 신경치료를 여러번 했었다. 치솔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치실을 하라고 하지만, 매번 이빨 사이를 실로 긁어대는건 너무 번거롭다. 근데 거기서 그치는게 아니라 잇몸도 상해갈꺼란다. 교정 비용을 물으니 거의 500정도 생각하란다. ㅡ,.ㅡ;;

그날 지안이랑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

“지안아,
500만원이면 하이난(海南) 여행을 한번 더 갔다 올수도 있어.
그리고 아빠 노트북 같은건 2개나 더 살 수 있어.
아빠가 교정을 하는게 좋을까?”
(* 지안이는 2년 전 하이난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빠 노트북 같은걸 갖고 싶어한다. *)

지안이의 심플한 대답:
“우린 이미 하이난 갔다 왔잖아. 그리고 아빠 노트북 있잖아. 그냥 교정 해~~”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탠다.
“나중에 고생 한다잖아. 그냥 해~~”

그렇게 나도 교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ㅋ

이빨 저 밑에 숨어있던 충치의 흔적

그렇게 지안이랑 치과 친구가 되어서 매주 치과에 다닌다. 얼마전 아래 이빨에 교정장치를 씌우다가, 예전에 했던 신경치료가 깔끔하게 안되어서 저 깊숙한 곳에 고름이 쌓여 있단다. 다시 치료를 해야 한단다. 이빨/잇몸에 구멍을 뚫고 고름을 빼내는 신경 치료를 다시 해야 한단다. 45만원 정도 든다고 하네. ㅡ,.ㅡ

돈 나가야 할데가 왜 이렇게 많지? 기분이 별로 안좋았다. 왜 돈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다운되어야 할까? 진짜 내 삶을 돈 끌어모으기 모드로 바꿔야 하나.. 이런 마음을 다 지안이한테 얘기했다. 그러다가 나온 대화.

“지안이는 돈이 많은게 좋아 적은게 좋아?”
“그냥 보통인게 좋아”
“그럼 돈이 많은게 좋아 보통인게 좋아?”
“보통인게 좋아”
“지금 우리는 돈이 많아 아님 보통이야?”
“보통이야”

눈물이 글썽했다.
그래. 괜찮다잖아. 가족들이 괜찮다잖아.
쭉ㅡ 지금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