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젬베 이야기

젬베와의 만남

2009년 인도를 여행하다가 처음 젬베 소리를 들었다. 심장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갔다. 허름한 헛간에서 한 친구가 젬베를 치고 있었다. 이후의 여행 일정을 다 취소했다. 거기 눌러앉아 그 친구한테 젬베를 배웠다. 그 후 아프리카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 빠져들었다. 이듬해, 아프리카 음악의 정수를 보기 위해 서아프리카 세네갈로 갔다. 거기서 길거리 뮤지션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음악을 배우는 여행을 했다.

Amadou와의 만남

2010년. Saint-Louis, 세네갈 북쪽 끝에 있는 해안마을이다. 여기서 Amadou라는 친구를 만났다. 젬베폴라(젬베 연주자)면서 아프리카 댄스를 가르친다. 밤에는 클럽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며 공연을 하는 친구다. 이 녀석과 매일 네 시간씩 젬베를 쳤다. 나를 위해 염소를 잡아 그 가죽으로 젬베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약간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공연하는 클럽에서 밤새도록 신나게 논 후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

행복했던 한 장면

바다를 향해 있는 허름한 천막 안. Amadou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일정한 리듬을 반복적으로 두드린다. 손바닥의 통증은 곧 소리가 된다. 그 소리는 손바닥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온다. 손바닥과 젬베 가죽이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공간의 미세한 떨림이 피부에 와 닿는다. 젬베 소리는 심장이 뛰는 소리와 닮아있다. 마치 내 심장의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손바닥 전체가 마비될 것 같은 고통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두드렸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고통을 보기보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그 느낌에 집중하고, 귀를 통해 내 온몸으로 전해지는 그 소리에 집중했다. 손에 감각이 없어지고 그 공간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그 음악으로 꽉 차올랐다. 아주 단조로운 박자지만, Amadou의 손동작과 젬베소리와 시선이, 나의 손동작과 젬베소리와 시선과 정확히 일치됨을 느끼게 되었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Amadou가 노래를 시작한다.
“Africa Djembe pola~~ Africa nekhna loo~~
Senegal nekhna loo~ Djembe djembe djembe pola~~ ♪ "
나도 따라불렀다.

젬베와 함께 하는 삶

한국에선 젬베 소리가 너무 커서 칠 수가 없다. 살짝만 두드려도 벽이 울리는 소리가 위, 아래, 옆집에 전해진다. 칠 수가 없다. 고이 간직하며 한 번씩 쓰다듬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2021년, 젬베 가죽이 찢어졌다. 10년의 세월을 견디지 못했나 보다. 내 뱃가죽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수소문 끝에 전통젬베를 수리하는 사람을 찾아냈다. 찾아가서 가죽을 새로 입혔다. 처음의 그 야생의 느낌은 사라졌지만, 내 젬베는 부활했다.

‘추억으로 묻어두지 말자. 지금 즐기자’
젬베를 들고 교회 찬양팀에 들어갔다. 금요 철야 예배 때마다 젬베를 쳤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을, 내가 좋아하는 리듬으로, 온몸으로 표현하며 찬양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젬베를 치는 순간만큼은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 같다.

한국으로 이사 오고 젬베를 치지 못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젬베 꿈을 네 번이나 꿨다. 네 번 다 같은 꿈이다. 꿈에서도 젬베를 쳐보지 못하고 깨버린다. 그러다 지난 주일, 유년부 예배 시간에 젬베를 쳤다. 유년부 목사님께 언젠가 젬베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주일날 찬양시간에 한번 해 보자고 하셨었다. 올해 들어 제일 신나는 날이었다.

젬베 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세네갈에서 만났던 친구 Amadou가 댓글을 달았다.

Oui frère Jeff je suis très content d’avoir tes nouvelles depuis longtemps. Bravo pour ta continuité de diembe. Je suis heureux de te voir toujours avec le djiembe. J’espère bien ont peux se revoir si la vie nous permettre Dieu est grand. Bonne continuation.

번역기를 돌려보자! (프랑스어 ⇒ 영어)

Yes brother Jeff I am very happy to have heard from you for a long time. Bravo for your djembe continuity. I’m happy to see you still with the djembe. I hope we can meet again if life allows us God is great. Best wishes.

“인생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보고싶다.

젬베가 나를 택했다

《읽기의 말들》에서 “책이 사람을 고른다"라는 글귀를 읽었다. 순간 내 입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젬베가 나를 택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