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읽기의 말들

박총, 『읽기의 말들』, 유유, 2017

저자 정보

박총.
책상에선 작가, 교회에선 목사, 집에선 고양이 집사.

『밀월일기』, 『욕쟁이 예수』,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읽기의 말들』, 『하루 5분 성경 태교 동화』 등을 썼고,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님의 아이들 이야기 성경』,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내용 요약

제목 그대로 “읽기"에 대한 말들을 모았다. 그리고 거기에 작가의 생각을 덧붙였다. 동서고금의 여러 작가와 책의 글을 인용해서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폭넓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선다. 독서는 나와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게 한다. 더욱 나다운 내가 되어가게 한다. 행동하게 한다. 나의 삶을 만들어가고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더 깊고 넓은 책읽기로 안내한다.

소감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독서가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와 연관지어졌던 몇가지:

  • “책에게 이해받는다“라는 표현이 와닿았다.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한 나를 책을 통해 이해받는 기분. 그 기분이 좋아서 책이 좋아졌다. 이 세상을 ”이상하다“라고 표현하는 『사피엔스』를 읽으며 나를 이해 받았다. 뭔지 모를 『사피엔스』의 부족함을 『모기』를 통해 이해받았고, 『인간, 사회적 동물』을 읽으며 내가 왜 이런 모습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바른마음』을 읽으며 무슨 말을 하든 귀 닫고 자신의 얘기만 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됐고,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프리카를 좋아하는 나를 『뿌리』를 통해 이해받았고, 교회의 모습에 숨막혀 했던 어린 시절을 『욕쟁이 예수』를 읽으며 이해받았다. 지난주에 읽었던 『공부하는 삶』. 어릴때부터 들어왔던 ‘공부,공부,공부’ 지겨운 소리. 다들 공부에 미쳐있는 세상에서 공부를 부정하지만, 사실은 공부가 좋았다. “평생공부. 평생학생” 이런 말까지 써 가며. 이런 나를 『공부하는 삶』을 읽으며 이해받고 있다. 이해받는 이 느낌이 좋아서 책을 좋아하게 되었구나.

  • 이 세상을 책이라 표현한다. 사람의 삶을 책이라 얘기한다.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것 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얘기한다. 앞서 난 책을 멀리 해오다 뒤늦게 책에 재미를 붙혔다고 얘기했다. 만약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는 것 말고도 세상과 사람을 읽는것도 독서라고 한다면, 난 어릴때부터 많은 독서를 해 온 셈이다.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초등학교를 4군데나 나왔다. 고등학교때부터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았다. 20대때는 여행에 빠져 매년 새로운 대륙을 경험하러 다녔었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에 취해, 일상을 여행처럼 살려고 했다. 30대 중반부터는 생소한 나라 중국에서 생활하며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이웃이 되려고 했다. 이 모든게 읽는 것이라 한다면, 난 줄곧 독서를 해온거라 할 수 있겠구나.

나의 편협한 책읽기도 돌아보게 되었다.
뭔가를 얻으려고 하거나, 생각 거리를 찾기 위해 책을 펼때가 많았는데.
“잉여의 책읽기” - 이젠 책 자체를 좋아해보고 싶다.

한편, 책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책을 좋아할 수가 있을까…? ㅎㅎ

공명하는 글 또는 책

“인생책”, “사람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사람도 읽기의 대상이라 했다. 어떻게 사람을 잘 읽을 수 있을까? 한가지 방법은 잘 듣는게 아닐까? 그래서 『듣기의 말들』이 떠올랐다. (사실, 책 구조가 비슷해서 떠올랐다 ㅎㅎ)

당신은 당신을 발견하기 위해, 다른 이의 언어로 설명받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렇게 “나 아닌 사람이 쓴 나에 대한 분명한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은 깊이 빠져든다.
– 출처: 까먹었음

반짝이는 구절

  • 돌아보건데 이내 삶은 질곡의 일상과 인생의 매 시기마다 나를 찾아온 책이 어우러진 한 편의 진리 실험이었다. (21)
  • 헤세는 속삭인다. 책이 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는 안내견이라고. (23)
  • 책장을 덮고 나면 이야기가 몸과 영혼에 스며드는 시간을 두시라. 침묵이 그래서 중요하다 (29)
  • 한편 읽어서 아무 이득도 남기지 않는 독서야말로 가장 많은 것을 남긴다 (41)
  • 독서는 나를 자기 함몰에서 건져 타인의 존재에 눈을 뜨게 해 준다 (49)
  • 손에 쥔 책은 “자신을 읽는 방편"을 제공해 주는 “일종의 확대경"이다. …(중략)…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57)
  • 책에서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우리네 가슴이 뛰는 까닭은 이전에 몰랐던 사실에 눈을 떴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내 안에 지니고 있거나 적어도 내 영혼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기에 흥분하는 것이다 (57)
  •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 주는 끈이다” (60)
  • 고대 성현들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들은 친절하게 답해 준다 (75)
  • 여행자가 자신이 밟는 땅을 창조하듯이 독서가는 자신이 읽는 책을 창조한다 (95)
  • 책을 읽고 배운 점을 서툴러도 좋으니 자기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비로소 마음속에 이해가 생긴다. 깊은 이해다. 깊은 이해는 책으로부터 배운 것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독서 이전의, 독서 이외의 자신의 경험, 그 책에 대한 자신의 반응 … 그런 주체적인 것이 녹아드는 데서 생긴다. 그런 것이 녹아들면 그 책은 두 번 다시 사라지지 않고 자기 마음속에 각인된다. (103)
  • 사람책(113)
  • 독자가 책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동안 책도 독자를 해체하고 새로 반죽하고 빚어 간다. (125)
  • 독자는 유모(저자)가 물리는 젖을 곧이곧대로 빨아먹는 대신 자신이 경작(집필)하지 않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밀렵가다. (145)
  • ‘더 높이 올라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는’ 주류의 욕망을 무시해 버리면 상징폭력이든 게임의 법칙이든 더 이상 내게 작용하지 않는다 (147)
  • 지금 시간이 나면 무조건 읽으라 (157)
  •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알고, 싫어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점을 아는 것은 바로 남을 헤아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근본이니, 오직 서할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159)
  •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곧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책은 나를 해체하지만 재구성할 수 있는 근력을 길러준다 (159)
  •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77)
  • “이제 우리의 슬픔은 최고이다. 왜냐하면 그 슬픔이 고찰되기 때문이다” (189)
  • 백 권에서 한 권을 골라 읽는 것은 나머지 99권을 읽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191)
  • 좋은 스승은 자신을 떠나게 하는 스승이요, 나쁜 스승은 자신을 더 의존하게 만드는 스승이란 말이 있다. (193)
  • 독서란 한 사람이 다른 정체성 속으로 들어가 태아처럼 그 안에 자리를 잡는 행위다 (197)
  • “세계 읽기는 항상 글 읽기에 선행한다. 그리고 글 읽기는 계속해서 세계 읽기를 내포한다.” 나는 말한다. “삶은 책보다 앞서지만 책으로 포착되는 만큼만 살아진다.” (207)
  •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니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 앙드레 지드 (221)
  • 모순은 긴장을 유발한다. 나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그 안에서 늘 구도하는 자세로 살아가라고 요구한다. (228)
  • 독서는 이렇듯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삶을 헝클어 놓더라도 성급하게 해소하려 드는 대신 그대로 둘 수 있는 힘을 준다. ‘불확실성의 고통’을 견딜 뱃심을 길러 준다고 할까. …(중략)… 독서로 기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복잡성의 공존이라고 말했다. (229)
  • 외로워야 주체적 삶이 가능하다 (239)
  • 주체적 삶이란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격한 외로움을 담보해야 한다. …(중략)… 외로움을 감내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다. …(중략)… 책을 집어 드는 것은 외로움을 선택하기로 결단하는 것이다. (239)
  •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땅도 글을 쓴다”. 땅이 쓴 글을 읽는 것이 여행이다. 이 세상을 거대한 책으로 본 아우구스티누스는 여행자만큼 이 책을 많이 공부한 사람은 없다 했고,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