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부끄러운 선택

중학교 2학년 때다. 우리 반에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뭐든지 반응이 느리고 목소리도 특이했다. 손가락 끝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래서 손톱 주변의 살이 늘 뜯겨나가 있었다. 반 친구들은 그 아이를 자주 괴롭혔다. 난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날 선생님께서 우리 반 자리 배치를 싹 바꾸셨는데, 나를 그 친구 옆자리에 앉히셨다. 내 짝이 된 것이다. 반 아이들의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옆에 있던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때의 우리 반 분위기는, 드라마에 나오는 학교폭력 장면처럼 그렇게 살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가 괴롭힘당하는 그 친구의 편이 된다고 해서 나까지 왕따 당하거나 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친구를 괴롭히는 반 분위기를 제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 가만히 있었다.
일어서서 “그만 좀 해” 라고 말해야 했었는데, 난 가만히 있는 선택을 했다.
가담하지 않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었을까?
난 뭐가 두려웠을까?
왜 가만히 있는 선택을 했을까?
고작 14살이었던 나는 왜 아이 같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비겁했을까?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말렸었는지, 지켜보고 있었는지, 가담했었는지. 적당히 말렸고 적당히 가담했던 것 같다. 괴롭힘을 당하던 쉬는 시간이 끝나고 평화로운 수업시간이 되었다. 내 옆의 그 친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여전히 손톱 주변의 살을 뜯어내고 있었다. 난 또 가만히 있는 선택을 했다.

오늘 점심 먹으며 회사 동료와 이 얘기를 했다.
“아ㅡ 그 친구한테 너무 미안하네” 라고 얘기하는데 눈물이 났다.
남자 셋이 두루치기를 먹는데, 거기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 일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더 미안한 건, 그 친구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게 잘못을 했는데, 잊고 살았다니.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니.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부끄럽다.

28년전인 1995년, 경주에 있는 신라중학교 2학년 10반에서 있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