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지고 살아가기

2019년에 썼던 글에서 내가 어떻게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했었다. 이번 글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사무실을 나의 세상으로

세상의 변화는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다. 크고 멋있게 진행되는 일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주 조금일지라도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을 때, 그런 일들만 지속할 수 있다. 결국, 내 옆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나와 함께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갈 사람이다.
2019년, 난 나의 세상을 사무실로 정의했다.

일은 각자의 주체성이 드러나게 해 준다.
각자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 공동의 초점을 향해 움직이고, 일터에서 발현되는 모습은 각자의 삶으로 연결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즉, 일터에서의 모습이 삶 그 자체이다.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이 변한다면, 곧 삶이 변하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한 사람의 모습이 일터에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의 초점이고, 그것이 그들의 삶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을 믿는다. 한 사람의 고유한 모습(누구나 가지고 있는 천재성)이 드러날 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 또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게 해 준다.

IT는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도구이지만, 그 도구가 만들어내는 파장은 더 매력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구의 가치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도 스며든다.

이것이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는 이유다.
(일하는 이야기에 대한 글 보기)

2020년 초 회사가 없어졌다. 충격이 있었으나 거기서 걸어 나올 수 있었던 건, 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거기서 일하는 목적이 아니었다. 나의 세상(사무실)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일 출근해서 일하는 목적이었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동료를 보는 게 행복이었다. 회사는 망했지만 내 일의 결과는 망하지 않았다. 2년 뒤, 그 회사에서 함께했던 동료를 만났었는데, 여전히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그 친구를 보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다. 자기 삶을 멋있게 살아가는 저 한 명의 존재가 그 회사에서 보낸 4년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 후로 몇 차례 직장을 바꾸게 되었는데, 여전히 나의 목표는 동료의 변화다. 고유의 가치를 드러내며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의 존재가 나의 보상이다.

요즘 나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금요일 오후/월요일 아침 회의 시간이다.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목표한 지점으로 다가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금보다 한발 다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일"이지만, 나의 초점은 개개인에 맞춰져 있다. 각자의 내면에 숨어있는 고유한 모습이 드러나도록 하는 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다.
(관련 글: 하이데어 사무실의 일주일)

대학 없애기

꽤 오래된 것 같다.
나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스스럼없이 “대학 없애기"라고 말한다.
사실 이건 좀 과격한 표현이고,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해 본다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런 세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대학의 “조건"을 보지 않는다.
이미 시작된 그 세상을 더 앞당기고 싶다.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이 그 세상을 누리게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고.
그러면, 대학 아니라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이것이다.

이미 세상에 널려있는 공부 콘텐츠 + 실력자들의 멘토링 or 코칭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것을 위한 실험을 했다.

1. 첫 번째 실험(2020년)

내 책으로 공부하던 독자분(A님)이 메일로 질문을 하셨고, 난 성의있게 답변해 드렸다. 이 일이 2~3차례 이어진 후, A님이 나에게 프로그래밍 과외를 해 달라고 요청하셨었다.

“재밌는 분이시네?”

난 A님과, 나의 가정(널려있는 콘텐츠로 스스로 공부 + 전문가의 멘토링)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zoom으로 만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려고 하는 이유를 물었고, A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 커리큘럼을 같이 짰다.

“제가 강의를 해 드리진 않을 거에요. 공부는 혼자 하는 거에요. 대신 제가 멘토링을 해 드릴게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A님이 공부한 내용을 브리핑하도록 했고, 난 피드백을 해 드렸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 설명을 해 드리고, 다음 한 주간의 공부 계획을 같이 짰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성장하는 방법이라 얘기하며, A님의 실제 일을 가져와 함께 풀어갔다.

그렇게 4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A님의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A님은 OO대학원 연구소에서 일하던 분이었는데, A님의 팀장님이 최근 A님의 실력이 급성장 한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었고, A님은 내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A님의 팀장님과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계기로 A님이 있던 OO대학원 연구소에 강의를 하게 되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 학교 교육이 생겨나기 이전의 방식인 “도제교육"에 가까운 방식이다.
그 방식을 실험해 본 것이다. 성공!

2. 두 번째 실험(2021년)

“다시 돌아온 르네상스 시대”
지금은 학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각 분야에서 엄청난 학문의 진보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이 아직 대학교로 흘러가진 않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나도 잘 모르지만, 대충 상상을 해 본다면, 대략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1. 새로운 현상(삶의 방식)이 나타남
  2. ‘이게 도대체 뭐지?’ 가정/모델 수립
  3. 연구/관찰
  4. 가정 검증/수정 (검증이 될 때 까지 2~4 과정 반복)
  5. 논문 쓰기
  6. 학계에 발표/검토
  7. 많은 학자들에게 새로운 이론으로 받아들여짐.
  8. 대학교에 전파
  9. 이것을 위한 기반 소양이 중/고등학교 과정에 포함됨

이 싸이클이 얼마나 걸릴까? 최소 10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즉,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이론은 최소 10년 이상 된 옛날 지식이라는 얘기.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만 받아 먹으면, 학교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속았다"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학교 바깥에서도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2021년, 북경대/칭화대 대학생 친구들과 책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혼자 읽기 좀 버거운 책들을 같이 읽고, 매주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번 모일 때마다 3시간 이상씩 재밌는 토론이 이어졌다.

함께 책 모임을 하던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다.
“내 삶이 바껴가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꿰뚫어지는 것 같다.”

학교 바깥에서 공부하기. 성공!

3. 세 번째 실험(하이데어)

대화하며, 성장하며.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2021년 10월. 아직 hithere라는 이름이 확정되기도 전에 우리 3명의 공동 창업자는 이것을 위한 실험을 했다.
“우리가 먼저 호스트를 경험해보자!”
우리의 프로필을 소개하고 대화 신청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웹페이지 하나를 만들어 공개했다. hithere라는 이름이 정해지기도 전에 알파 테스트를 해 본 것이다.

한 분이 나에게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라고 하며 대화를 신청하셨다.

대화 신청을 받고 보니 덜썩 겁이 났다.
내가 이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내 삶을 가만히 돌아보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난 이미 나만의 방법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다. 나에겐 보이지 않던 그 모습이 나에게 대화를 신청했던 게스트에겐 보였던 것이고, 나와 그 부분에 대한 대화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고 있던 나의 가치.
하이데어에서의 대화는 그것을 끄집어내는 거였다.
저 아래 묻혀서 제대로 다듬어 볼 생각조차 못했던 그것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나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시간이었다.

이 경험을 한 후, 하이데어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대화하며 성장하며”
하이데어는 게스트에게만이 아니라 호스트에게도 좋은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구나.
한사람과 한사람이 만나는 것으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날 수 있구나.

하이데어를 통해 변화되는 사람들을 본다.

하이데어는 이미 성공한 서비스다. 이미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내가 계속 하이데어를 만들어가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더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미 성공한 세상을 더 넓혀가기 위함이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하나하나 그것을 풀어갈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해서 찾아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그러했으므로.

하이데어는 지금까지의 내 삶을 통째로 가져와서 하는 것이다.
꿈이 없었던 어린 시절.
뭔가 그럴싸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청소년 시절.
”아ㅡ 몰라 그냥 놀래“ 생각 없이 놀기만 했던 대학 시절.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뭐라도 해 보려고 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
이제서야 용기를 내어 나를 들여다보고 나만의 생각을 형성해가던 30대.

이런 삶을 살았던 나의 지난 시간 전체를 가져와 하이데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내면에 고유한 가치가 있음을 믿으며
그것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 서로 연결될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며
그렇게 변화될 세상을 꿈꾸며
하이데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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