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치

이전 글에서 나에게 있어서 돈이 어떤 의미인지를 적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돈의 가치를 다시 정립해 본다.

돈과 행복의 크기는 무관하다

2020년 초 회사가 망하고 본격적인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중국 로컬 회사로 가겠다고 다짐을 했던 터라, 여기저기 이력서를 돌려보고 닥치는 대로 면접을 보러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200여 개의 이력서를 돌렸고, 면접도 50번 정도 봤던 것 같다.
(그때의 이야기 👉 새로운 시작)
그러던 중 중국의 한 스트타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 좋았는데, 급여가 너무 적었다. 2006년 신입 때 받았던 첫 월급 정도였다. 그땐 첫 번째 목적이 “취업비자"였으니, 급여가 중요하진 않았다.

그렇게 적은 급여로 몇 달을 살아보니, 내 삶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이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뭐야? 괜찮잖아?“
좀 덜 쓰면 그만인데, 더 쓰는 삶이랑 덜 쓰는 삶이랑 그렇게 큰 차이가 없더라. 지금까지 급여를 2배 가까이 올려본 적도 있었고, 반으로 줄여본 적도 있었다. 돈이 2배 많다고 2배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돈이 반으로 준다고 나의 행복이 반으로 주는 것도 아니더라.
”그럼, 돈은 도대체 뭐지?“
내 삶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돈. 그걸 추구하며 사는 건 세상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매일 먼 회사로 출근하며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난 왜 여기서 이 일을 하는 걸까? 이 쥐꼬리만 한 월급 받으려고?
돈 때문이라면, 얼른 다른 데로 옮겨야지. 근데 그게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렇게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봐도 내 삶은 바뀌지 않을 텐데.’

난 내 일이 재미있고 참 좋다. 그리고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난 일을 더 많이 더 오래 하고 싶은데, 진짜 뭘 위해 일해야 할까. 진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그때는 이 고민이, 큐티 시간이나 나눔 시간에 잠깐 생각해보고 나누는 그런 피상적인 고민이 아니었다.
정말 심각한 고민이었다.

진짜 하고 싶은 걸 하자.
진짜 “나의 일”을 하자.

부자 되지 않기

지안이가 한창 바느질에 재미 들였을 때가 있었다.
바늘구멍에 실을 끼워 넣어야 할 때마다 나한테 와서 도와달라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했던 얘기:
“지안아 이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갈 수 있을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낙타가 이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보다, 부자가 천국 가는 게 더 어렵대. 부자, 그거 별로 좋은 거 아니야~”
이 얘기를 정말 수도 없이 많이 해서, 내가 바늘 얘기 꺼낼 때마다 지겹다는 표정이다.

어느 날,
“아빠, 내 친구 OO는 엄청 부자던데, 걔는 천국 못 가?”
읔.. 당황했다.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 ;;; " 대충 얼버무렸…

얼마 전 지안이가 할머니랑 실뜨기하며 놀면서, 할머니한테 부자 어쩌고저쩌고 이런 얘길 한다.ㅎㅎ
아ㅡ 이제 이 얘긴 그만해도 되겠구나.
이 정도면 거의 세뇌 수준이다. ㅋ

밤마다 자기 전 지안이에게 이렇게 기도해준다.
“많이 공부해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나눠주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지안이가,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돈보다 더 큰 것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부자 되기에 애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릴지어다”
(잠언 23:4)

자족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디모데전서 6:8)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1~33)

난, 성경에 있는 이 말씀을 진짜로 믿는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먹을 것과 입을 것은 하나님께서 채워주신다.
그럼, 뭐가 문제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 되잖아~

내가 일을 하는 것은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다. 난 이미 의식주의 문제는 해결했다. 먹을 것이 있고 입을 것이 있다. 잘 수 있는 곳도 있다.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잘 자는 것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자.